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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왜 신태용을 택했나

입력
2017.07.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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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4일 파주 NFC에서 마라톤 회의 끝에 신태용 감독을 새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낙점했다.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4일 파주 NFC에서 마라톤 회의 끝에 신태용 감독을 새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낙점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신태용(47)에게 ‘운명’을 걸었다.

대한축구협회는 4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전 감독이 물러나 공석이 된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신태용 감독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지난달 중순 막을 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도 전임 감독의 중도하차로 지휘봉을 이어받았던 신 감독은 또 한 번 ‘특급 소방수’로 등판한다. U-20 대표팀 감독을 맡을 당시 “남들은 다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데 나는 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느냐고 집에서 그러더라”며 농담조로 말했던 그는 이제 명실상부 지도자로 최고봉의 자리에 올랐다.

신 감독 계약 기간은 내년 6월 개막하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본선 마지노선인 2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남은 두 경기(8월 31일 이란 홈-9월 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삐끗하면 3위로 떨어진다. 3위가 되면 B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거친 뒤 이기면 또 다시 북중미 4위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만약 플레이오프를 거치더라도 신 감독이 계속 대표팀을 이끈다”고 밝혔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만 성공하면 어떤 경우든 중도 교체 없이 무조건 신 감독이 러시아로 간다는 의미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위해 파주 NFC에 모인 기술위원들. 맨 왼쪽은 김호곤 기술위원장. 파주=연합뉴스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위해 파주 NFC에 모인 기술위원들. 맨 왼쪽은 김호곤 기술위원장. 파주=연합뉴스

기술위가 열리기 전에는 정해성(59) 대표팀 수석코치가 남은 두 경기를 맡아 최종예선을 마무리할 거란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포함해 9명의 기술위원은 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신 감독을 택했다. 기술위원들은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4~5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해 신태용 감독과 정해성 수석코치를 결선 주자로 올렸다. 이후 다시 입체비교 끝에 신 감독이 낙점 받았다. 기술위원 중 한 명은 본보 통화에서 “완전 백지상태에서 회의를 했다”며 “후보마다 다 장단점은 있다. 나이나 이런 것들을 고려하기보다는 대표팀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췄고, 선임했으면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신 감독의 강점으로 소통 능력이 꼽힌다. 그는 2014년 9월 국가대표 코치를 맡아 슈틸리케 대표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냈다. 김 위원장도 “신 감독은 원활한 소통 능력을 갖춰 흐트러진 응집력을 끌어올리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술 구사 능력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 감독은 성남 일화(현 성남FC) 감독 시절이던 2010년에 우승은 힘들 거라는 멤버를 데리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했다. 결승에서 주축 선수 여럿이 부상, 징계로 못 뛰었지만 승리했다. 리우올림픽, U-20 월드컵 때도 다양한 전술을 선보여 호평을 들었다.

반면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도 따라붙는다. 신 감독은 작년 초 리우올림픽 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는 일본에 2-0으로 앞서다가 내리 3골을 내줘 2-3으로 역전패했다. 리우올림픽 8강에서는 온두라스를 압도하고도 역습 한 방에 0-1로 무너졌다. U-20 월드컵 16강에서도 포르투갈과 정면승부를 했다가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비슷한 실수가 여러 번 반복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위원장 역시 “신 감독에게 올림픽, U-20 월드컵은 성공도 실패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라면서도 “그 경기들을 계기로 더 강해졌을 거라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신 감독은 세 번의 패배를 통해 자신이 한 뼘 더 성장했음을 이제 국가대표 경기에서 증명해야 한다.

신 감독은 “홈 이란전은 반드시 이겨서 수월하게 러시아에 갈 수 있게끔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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