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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50톤 제품 용접 뚝딱…LG 칠러 사업 전초기지 가보니

입력
2017.06.28 16:55
27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LG전자 칠러공장에서 작업자의 감시 아래 로봇팔이 파란 불꽃을 내뿜으며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27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LG전자 칠러공장에서 작업자의 감시 아래 로봇팔이 파란 불꽃을 내뿜으며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27일 경기 평택시 진위2산업단지의 LG전자 칠러공장. 축구장 4개 크기의 생산동 입구에 들어서자 공장의 열기와 용접 소리가 얼굴과 귀를 사정없이 때렸다. 칠러는 순간적인 압력을 가해 온도를 낮춘 물을 건물 곳곳에 순환시키고, 이로 인해 차가워진 공기를 바람개비 모양의 대형 팬으로 실내에 공급하는 냉각 설비다. 시스템에어컨이 비교적 작은 공간의 온도를 개별적으로 조절한다면,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탁 트인 공간의 냉방은 대부분 칠러가 담당한다. 칠러를 공조 사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LG전자는 이 공장에서 연간 1,000대의 칠러 제품을 만들고 있다.

높이가 35m에 달하는 공장 내부를 눈으로 좇다 보니 다른 가전공장에선 볼 수 없었던 대형 크레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크레인 옆에는 파란색 로봇 팔들이 사람처럼 관절을 움직이며 용접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고명해 LG전자 칠러생산팀장은 “칠러는 무게가 보통 50톤에 달해 크레인이 옮겨야 하는 대형 장비”라며 “균일한 용접을 위해 로봇의 정확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칠러는 스타필드하남과 SM몰 등 국내외 대형 쇼핑몰과 원자력발전소(아랍에미리트), 화력발전소(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의 대형 발전시설에도 설치돼 있다.

LG전자가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를 따낸 비결은 ‘오차율 제로’가 주는 신뢰 덕분이다. LG전자가 3월 도입한 ‘용접 로봇’도 용접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압축기(냉매에 압력을 가하는 기기), 열교환기(지나가는 물을 냉각시키는 관) 등을 연결하고 배관작업까지 해야 하는 칠러 공정의 핵심은 완벽한 용접이다. 용접 로봇은 부품의 길이와 높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정확한 위치에 용접 작업을 한다.

고 팀장은 “합체 후에도 분자가 작고 가벼운 헬륨을 이용해 물과 공기가 새는지 확인하는 까다로운 점검을 거친다”며 “점검을 통과해도 실제 고객사 요구에 맞게 작동하는지 다시 확인한다”고 말했다.

해외 공조전문 조사업체 BSRIA에 따르면 전 세계 공조 시장은 800억달러이며, 이 중 칠러 시장은 약 140억달러(약 16조원)로 추정된다. LG전자의 연간 칠러 매출은 3,500억원 수준으로 국내에선 40%의 점유율로 1위이지만, 해외에서는 캐리어, 트레인, 요크 등 미국계 기업 4곳이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상민 LG전자 해외영업담당(상무)은 “칠러는 한번 업체를 선택하면 쉽게 바꾸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다”며 “한 번 성공적으로 진입하면 성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LG전자가 중동의 대형 발전소 설비 수주에 성공했을 만큼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며 “한국 건설사들이 많이 진출한 동남아시아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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