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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그런 세계’ 들여다보니… 방산비리 카르텔 뒤엔 '장군 전관예우'

입력
2017.06.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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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전역 후 법무법인에서 받은 거액 고문료에 대해 ‘일반인이 모르는 그런 세계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직 군 고위 인사들이 전관예우를 이용해 방산비리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송 후보자 발언이 이를 자인한 것이란 평가도 나와, 문재인 정부의 군 개혁에 이 문제도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방산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5일 “전역한 군 고위 관계자들의 법무법인 취업 자체를 모두 불법으로 볼 수 없지만, 이들 중 일부는 방산비리 카르텔의 한 축이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와 업계 등에 따르면, 방산업체 관련 소송을 맡는 법무법인들은 팀장과 실무 변호사로 팀을 꾸린 뒤 소송 당사자의 유관 부처나 기관에 근무한 장성급 ‘전관’을 팀에 합류시킨다. 전관들은 관련 사건의 용어나 배경 설명을 하기도 하지만, 주로 해당 기관 관계자를 만나 소송이 걸린 업체의 입장을 전달하는 등의 역할을 맡는다. 단순 조언만 하는 건 아니란 얘기다. 이들의 영향력은 담당 변호사들보다 크지만, 소송 기록에는 수임 변호사 이름만 기재되고 전관들은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

한 방산업체 소송 관련 전문가는 “방산업체가 위임하는 부정당업체 제제나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지연배상금 소송 모두 소송규모가 크기 때문에 법무법인은 군 전관들에게 수억원을 주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영무 후보자가 법무법인 율촌에서 2009년 1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매달 3,000만원씩 받아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선 그리 큰 돈이 아니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법무법인이 공식적으로 방산업체 소송 대리를 하고 그 팀에 전관들이 합류하면 적법과 불법 사이 애매한 선에 놓이게 된다고 한다. 전역한 전관의 고용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들의 활동이 불법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 예비역 군인은 “적법한 계약에 의해 고용되고 자문하기 때문에 음성적인 형태가 아니다”라면서도 “법무법인들이 전관에게 거액을 지불하는 건 소송이 걸렸을 때 그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도 “외형상 고문료로 보이는 상당수가 실은 대규모 소송 같은 프로젝트의 대가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이런 전관들은 소속 기관의 현역 후배들과 카르텔을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현역과 유대 관계가 없으면 전관예우 효과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방산비리 사건은 과거에만 있던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에 그 구조를 끊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후보자 측은 뒤늦게 ‘그런 세계’ 발언에 대해 “'변호사업계라는 특수 직역' 외의 사람들이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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