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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볼보 V60 폴스타

입력
2017.06.23 10:12
고성능 볼보를 상징하는 이름, 폴스타. 사진 박창완
고성능 볼보를 상징하는 이름, 폴스타. 사진 박창완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가 꽤 많은 공을 들여 만드는 고성능 자동차는 여러 의미를 지닌다. 일반 모델과 비교할 때 판매 가격이 높아 수익성이 좋은데다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 올리는 장점도 가진다. 게다가 '후광 효과'를 통해 평범한 차의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는데, 특히 고성능 차에 쓰인 색상부터 달라진 외부 디자인만을 적용한 패키지나 에디션 모델을 내놓으면 개발비 증가 없이 직접적인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완성차뿐 아니라 공식 액세서리를 통한 판매까지 가능해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뛰어드는 분야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BMW의 M과 아우디의 RS가 여기에 해당한다.

북극성을 뜻하는 폴스타는 북유럽에서 건너온 볼보와 잘 어울린다.
북극성을 뜻하는 폴스타는 북유럽에서 건너온 볼보와 잘 어울린다.

볼보에는 폴스타가 있다. 북극성을 뜻하는 'POLESTAR'는 북유럽을 상징하는 스웨덴 브랜드 볼보에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1996년 만들어져 볼보 차로 스웨덴 투어링카 경주에 나갔던 외부 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AMG가 벤츠 엔지니어들이 레이싱에 출전하기 위해 만든 외부 회사였다가 다시 다임러 그룹에 합병된 전례를 생각해볼 때 폴스타도 기원은 같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STCC에서 활약하던 폴스타 레이스카. 사진 볼보자동차 제공
2013년 STCC에서 활약하던 폴스타 레이스카. 사진 볼보자동차 제공

2015년 7월 볼보가 고성능 차 개발과 애프터마켓 부품 부분 및 폴스타 브랜드까지 100%지분을 인수하면서 볼보 그룹에 완전히 흡수되었다. 현재의 폴스타 사이언 레이싱팀은 별도 조직으로 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WTCC) 등에서 맹 활약하고 있다.

1994년 BTCC에 참전한 쟌 래머스가 850 레이스카를 몰고 있다. 사진 볼보자동차 제공
1994년 BTCC에 참전한 쟌 래머스가 850 레이스카를 몰고 있다. 사진 볼보자동차 제공

폴스타 모델이 도로에 등장한 것은 2013년이다. 바로 전 세대에서는 세단인 S60에 전통적인 ‘R’ 모델이 있었고 폴스타 배지를 먼저 단 것도 S60이었지만 사실 기억 속의 ‘고성능 볼보’는 항상 왜건이었다. 아마도 한참 모터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1990년대 중반, 가장 치열하고 볼거리가 넘쳤던 브리티시 투어링카 챔피언십(BTCC)에서 유일한 왜건이었던 850 에스테이트 때문일 것이다. BMW 3시리즈, 알파로메오 155, 푸조 405와 르노 라구나 등 쟁쟁한 세단들이 몸싸움도 불사하며 치열하게 싸우던 시절이었다. 심지어 1995년 이후에는 몇 번의 개별 경기에서 우승하기도 했었다. 이후 국내에서 공식 판매를 통해 만났었던 850R 왜건은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다. 볼보의 왜건은 다른 의미로 고성능 이미지였다.

오랜 기간 숙성시킨 플랫폼을 튜닝한 V60 폴스타. 사진 박창완 기자
오랜 기간 숙성시킨 플랫폼을 튜닝한 V60 폴스타. 사진 박창완 기자

그래서 만난 V60 폴스타는 과거의 영광을 고스란히 이어 받은 느낌이다. 사실 2010년에 데뷔한 현재의 S60/V60는 볼보가 포드에 속했던 시절 공동 개발했던 중형차용 포드 EUCD(European D-class) 플랫폼의 마지막 버전이다. 볼보는 2007년 S80부터 쓰기 시작해 벌써 10년이 되었고 지금 S60/V60의 최종 진화형이다. 그럼에도 2년 전에 데뷔한 현재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면 기본이 탄탄하다고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 덕분에 큰 변형 없이 디젤 D2 120마력부터 휘발유 폴스타 367마력까지, 스트럿 타워 브레이스를 비롯한 부분적인 섀시 강화 장비를 제외하면 같은 차체를 쓰는 것이 가능하다.

터보 차저와 수퍼 차저를 결합시킨 듀얼 엔진은 최고출력 367마력을 낸다.
터보 차저와 수퍼 차저를 결합시킨 듀얼 엔진은 최고출력 367마력을 낸다.

엔진은 볼보가 자랑하는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인 2ℓ 직렬 4기통이다. 터보 차저와 수퍼 차저를 결합했는데 일반형(?)인 T6 엔진과 비교해 압축비를 10.3에서 8.6:1로 낮추는 대신 엔진 회전 한계를 7000rpm으로 올리고 전체적인 토크 밴드와 최고출력도 더 고회전으로 밀어 올렸다. 덕분에 367마력의 최고출력은 6000rpm에서 나오고 47.9kg.m의 최대 토크는 3100~5100rpm에서 나온다.

차체 곳곳에 고성능을 뒷받침하는 부품이 들어갔다.
차체 곳곳에 고성능을 뒷받침하는 부품이 들어갔다.

사실 2ℓ 배기량의 엔진으로 트윈 터보 등 다양한 과급 방법을 통해 최고출력을 높이면, 적어도 4000rpm 이상으로 회전계가 돌아가야 차가 활력을 띄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폴스타는 조금 다르다. 기어를 8단에 고정하고 2500rpm부터 가속해봐도 생각보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공차중량도 1805kg로 차 크기에 비해 무거운 데도 출력을 알차게 사용한다는 느낌을 준다.

엔진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상쇄시키는 독특한 링크를 채용한 알로이 유닛.
엔진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상쇄시키는 독특한 링크를 채용한 알로이 유닛.

이건 3.075에서 3.329로 최종 감속비를 낮춘 8단 자동변속기 덕분이기도 하다. 역시나 꽤나 고회전에서 나오는 최고 출력을 실제로는 낮은 속도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게 돕는다. 통상적인 유압식 토크 컨버터가 달린 자동변속기인데 적당히 빠르게 기어가 바뀌며 충격은 없다. 반면 과격한 느낌은 미미해 막상 폴스타라는 이름에 생각했던 기대(?)에는 못 미친다. 날카로운 송곳이라 생각했는데, 매우 단단하고 곧게 뻗었지만 뚫고 들어갈 만큼은 아닌 듯싶다.

볼보 폴스타는 코너에서 차 전체가 한꺼번에 돌아가는 일체된 느낌을 준다.
볼보 폴스타는 코너에서 차 전체가 한꺼번에 돌아가는 일체된 느낌을 준다.

AWD 시스템은 꽤나 중립적이다. 대체로 엔진을 가로로 얹은 AWD라면 앞바퀴를 중심으로 뒤 쪽으로 동력을 나누는 식이지만, 폴스타는 이미 전 세대 모델에서도 매년 연식이 바뀔 때마다 뒤쪽으로 더 많은 동력을 보내도록 세팅이 바뀌어 왔다고 한다. 그 덕인지 엑셀 페달을 밟아도 급 가속을 해도 언더스티어를 느끼기 힘들고, 차의 무게 전체가 한꺼번에 코너를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믿음직스러운 미쉐린 PSS 초편평 타이어가 노면 그립을 맡는다.
믿음직스러운 미쉐린 PSS 초편평 타이어가 노면 그립을 맡는다.

물론 여기에는 초 고성능 타이어 사이에서도 사기캐릭터 취급을 당하는 245/35 R20 사이즈의 미쉐린 파일럿 수퍼 스포츠 타이어가 무척 큰 역할을 한다. 무거운 차체를 굳건하게 붙잡고, 폴스타 전용 20인치 휠 사이에 보이는 브렘보에서 공급한 직경 371mm의 디스크와 캘리퍼가 무게를 다스린다. 한두 번 찌릿한 순간이 있었지만, 원하는 위치에 확실히 세울 수 있다는 믿음만을 남겼을 뿐이다.

폴스타의 서스펜션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해 균형미가 뛰어난 핸들링 감각을 선사한다.
폴스타의 서스펜션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해 균형미가 뛰어난 핸들링 감각을 선사한다.

게다가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 때문에 이런 느낌은 더 커진다. 세계적인 서스펜션 전문 업체인 올린즈가 공급한 30단 조절식 서스펜션은, 기본 상태에서도 충분한 역할을 한다. 만약 파워 트레인의 반응이 더 민감했다면 더 단단하게 조였겠지만, 되려 조금 풀어 약간 나긋나긋하게 만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특히나 가족을 태워야 한다면, 주중이나 평소에 부드럽게 풀어 두었다가 주말에 트랙 데이나 드라이빙 스쿨에 참가했을 때 서킷에 도착해 바꾸는 것도 재미일 듯싶다.

최신 볼보와는 궤가 다른 폴스타의 실내. 역시 세월을 속일 수는 없다.
최신 볼보와는 궤가 다른 폴스타의 실내. 역시 세월을 속일 수는 없다.

그러고 보니 이제서야 실내가 보인다. 그간 V-60 R-디자인을 통해 미리 본 것이라 익숙하기도 하지만, 되려 걱정이 들었던 것은 두툼해진 앞 시트 때문에 2열 무릎 공간이 조금 손해를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응? 고성능 버전을 타고 있는데 왜 2열 시트를 고민하는 걸까?’

왜건의 넉넉한 공간이 주는 만족감이 압권이다. 단언컨데 이런 스포츠카는 정말 드물다.
왜건의 넉넉한 공간이 주는 만족감이 압권이다. 단언컨데 이런 스포츠카는 정말 드물다.

게다가 2열 시트 뒤쪽에는 왜건 보디만이 줄 수 있는 넉넉한 짐 공간이 있다. ‘저기에 캠핑 장비를 싣고 애들이랑 어디 와인딩을 낀 캠핑장으로 가볼까…’ 어쩌다가 든 생각인지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여기에 사고를 피할 수 있고 보행자 보호까지 앞서는 볼보의 다양한 안전장비는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니 생략해 될 듯싶다.

폴스타의 스티치 색상은 차체와 같이 시리도록 푸른 블루다.
폴스타의 스티치 색상은 차체와 같이 시리도록 푸른 블루다.

S60/V60 폴스타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브랜드 최고의 고성능 모델로써의 위치는 분명하다.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돌아간다. 그런데 고성능 모델이라도 브랜드의 방향에 따라 결국 차의 캐릭터가 정해지는 점을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것을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폴스타 배지와 레벨 블루 색상으로 무장한 V60.
폴스타 배지와 레벨 블루 색상으로 무장한 V60.

폴스타는 그간 볼보가 이야기하던 '스칸디나비안 럭셔리'이라는, 뭔가 우아할 것 같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폭발적인’이라던가 ‘짜릿한’과 같은 단어도 어울리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차를 타고 짜릿한 달리기를 즐겼지만, 아직 느긋함과 중후함을 생각하기 전의 중년이 되기 전인 사람에게 어울린다.

도어를 열면 이내 눈에 들어오는 알루미늄 트림.
도어를 열면 이내 눈에 들어오는 알루미늄 트림.

그래, 30~40대 나이 중 어디쯤의 사람이다. 언제건 다시 활활 타오를 수 있지만 현실을 생각해 참고 물러설 수 있는 이들을 위한 차가 폴스타다. 그러고 보니 폴스타(Pole Star)는 말 그대로 북극성, 목적지로 정확히 갈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해주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과격함과 부드러움 사이, 꽤 높은 수준의 운전의 즐거움과 편안한 패밀리카의 사이 어딘가를 이끌어준다.

볼보 폴스타는 희소가치가 높다. 앞으로 이런 차는 만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볼보 폴스타는 희소가치가 높다. 앞으로 이런 차는 만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지금의 S60/V60 폴스타는 국내에 30대 한정 판매로 이미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내년이 되면 볼보가 새롭게 개발해 올해 하반기 XC60부터 포문을 열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플랫폼의 새 모델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지금과 같은 방향성이라면, 그리고 S90/V90/크로스컨트리에서 보여준 실력이라면 새 폴스타는 더 뛰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글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박창완

편집 최민관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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