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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대 때 SK현안-K스포츠 지원 얘기 오가”

입력
2017.06.22 17:45

박근혜 처음으로 안경 쓰고 출석

최 회장은 내내 피고인석 외면

“노소영씨 당시 朴 대통령에

남편 사면 부정적 서신 보내”

최순실, 변호인 휴대폰사용 적발

최태원 SK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최태원 SK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법정에 나와 지난해 2월 이뤄진 대통령 독대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대기업 총수가 대통령과 나눈 독대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연이은 재판에 지친 기색을 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날 처음으로 무테안경을 쓰고 출석하는 등 바짝 긴장한 태세를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22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에 대한 뇌물죄 등 공판에 최 회장이 독대 당사자로서는 처음으로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했다. 한 손에 메모지를 들고 굳은 얼굴로 법정에 들어선 그는 부담스러운 듯 박 전 대통령이 앉아 있는 피고인석 쪽으로는 한 차례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도 그간 재판에서 졸거나 메모지에 그림을 그리며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날만큼은 증인신문 서류를 훑어보고, 증인석에 앉은 최 회장을 빤히 응시하는 등 집중했다.

박 전 대통령 시선을 의식한 최 회장은 검찰의 질문에 답변을 길게 이어가는 식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뇌물죄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이 전략적으로 증언 거부에 나선 것과 달리 검찰 질문 대부분에 독대 당시 기억을 되살려 답했다.

이 날 최 회장의 증언으로 독대 당시 SK현안에 대한 건의와 K스포츠재단의 시각장애인 체육사업인 ‘가이드러너’ 지원 요청이 최 회장과 대통령 사이에 오고 간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조카들 볼 면목이 없다”며 동생 최재원 SK 부회장 사면을 우회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별다른 답이 없던 대통령이 경제 현안을 얘기하다가 옆방에 있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불러 SK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내역을 확인한 뒤 감사를 표시하면서 K스포츠재단의 가이드러너 사업 지원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워커힐 면세점 특허권 갱신 얘기가 오간 사실도 증언했다. 최 회장은 “독대 때 배석한 안 전 수석이 ‘워커힐 면세점 사업을 지속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현안을 말하자 대통령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독대 직후 안 전 수석으로부터 최순실씨 소유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팸플릿이 담긴 서류 봉투를 건네 받고는 이형희 당시 SKT 사업총괄 부사장에게 전화해 ”대통령과 면담할 때 광고회사 자료를 받았는데 왜 이런 자료를 줬는지 모르겠다. 내용 좀 알아보고 적절히 조치하라“고 했다고도 밝혔다.

법정에선 최 회장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검찰이 “사면이 결정되기 전인 2015년 8월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최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사실을 알고 있냐”고 질문하자 최 회장은 한 동안 답변을 하지 못했다. 긴 정적 끝에 한숨을 쉬고 그는 “들은 적이 있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이 날 최씨가 구치소에서 그간 변호인의 휴대폰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재판부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최씨가 변호인 중 1명이 건넨 휴대폰을 2회에 걸쳐 작동하는 걸 구치소 교도관이 적발했다”며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고 제3자와 연락도 가능하다. 최씨를 추가 수사 중이라 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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