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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스토리]‘닭의 해’인데…치킨업계는 수난시대

입력
2017.06.22 11:09

치킨업계의 수난시대다. 올해 정유년(丁酉年)인 ‘닭의 해’를 맞이했지만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파동에서부터 판매가 인상 철회 논란과 오너의 성추행 혐의까지 이어지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치킨업계 1,2위 업체들의 판매가 인상 철회 발표는 여론을 악화시킨 주된 요인이다. 최근 BBQ가 치킨 가격을 올리자, 교촌치킨도 판매가 인상 행렬에 동참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에 따른 현장 조사가 시작되자, 해당 업체들은 갑작스럽게 가격 인상 방침을 철회했다. BHC에선 한시적인 가격 인하도 단행했다. 관계 당국의 압박에 치킨업계가 사실상 꼬리를 내렸다는 부정적인 인식만 확산시켰다.

BBQ 블로그
BBQ 블로그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했던 BBQ의 경우, 파장이 확산되자 자사 블로그에 “싸나이답게, 시원하게 용서를 구합니다. 아량을 베풀어 거둬 주십시요. 죄송합니다”(사진)란 내용의 장난 섞인 사과문 게재로 오히려 누리꾼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6년 BBQ의 영업이익은 191억1,900만원으로, 2년 전(21억900만원)에 비해 806%나 급증한 가운데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비난은 더해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 업체를 운영해온 제너시스BBQ의 이성락 사장은 취임 3주만에 일신상의 이유라면서 돌연 사표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치킨업계 가격 인상 철회는 결국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나온 게 아니냐”며 “치킨업체들이 자기들의 배만 불리려다가 관계당국에서 나서자 치졸하게 스스로 백기를 든 꼴이다”면서 곱지 않은 시각은 여전하다.

여직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이 지난 21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강남경찰서로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직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이 지난 21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강남경찰서로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오너의 부적절한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고소 당한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지난 21일 피의자 신문으로 서울강남경찰서로 출두했다. 포토라인에 선 최 전 회장은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깊이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최 전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청담동의 한 일식집에서 20대 여직원과 식사 도중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이후 해당 여직원을 호텔로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던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창업주인 최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최 전 회장은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비서인 여직원과 일식집에서 식사를 할 때 일부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며 호텔로 끌고 가려고 했던 혐의에 대해서도 “술을 마신 여직원이 어지럽다고 해서 방을 잡아주려고 했을 뿐이었다”며 성추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사실 치킨업계의 악재는 이 보다 앞서 불거졌다. 지난 3월 브라질발(發) 부패 닭고기 파문 불똥이 옮겨 붙었기 때문이다. 국내 상당수의 치킨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해 왔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신도 컸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브라질산 닭고기 비중은 8만9,766톤으로, 전체 수입물량(10만3,461톤) 가운데 약 86.8%에 달했다. 관계당국은 수입과정에서 안정성 확보를 위해 수입검사 강화 조치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영향은 없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다. 브라질 연방경찰 수사 결과, 30여개의 현지 대형 육가공업체들이 부패한 고기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사용 금지된 화학물질 사용과 유통기한 위조 등의 위생규정을 어겼으며, 이 가운데 상당량을 한국 등 외국에 수출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처럼 올 들어 악재가 이어지면서 치킨업계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박원욱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팀장은 “‘국민간식’인 치킨을 가지고 보다 나은 품질 개선과 서비스 향상에 대한 고민 보단 기업들의 이윤만 추구하려는 치킨업체들의 모습에서 비판적인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치킨업체들도 이젠 소비자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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