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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식기구, 문 대통령 첫 비난… “자세부터 바로”

입력
2017.06.2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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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통, 6ㆍ15 기념사 1주일 만에 반응

총련기관지도 “미국 대변인 같다” 비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6ㆍ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 학술회의 및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6ㆍ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 학술회의 및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남북관계에 임하는 자세를 바로 가지라고 충고했다. 북한 공식기구가 문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6ㆍ15 공동선언 17주년 기념사에서 북한에 대화를 제안한 지 1주일 만의 첫 공식 반응이기도 하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현 남조선 당국자가 집권 후 북남 합의 이행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떠들면서도 때 없이 우리를 자극하는 불순한 언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이 6ㆍ15 선언 17주년 기념사를 통해 ‘북한이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남북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지만, 핵ㆍ미사일 고도화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바로 북한’이라고 지적한 일 등을 거론하면서 “북남 관계가 열리지 못하는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워 보려는 오그랑수(겉과 속이 다른 말)”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화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상대를 도발자로 매도하고 국제적인 제재 압박 공조를 떠들어대는 것은 사실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의 남북 관계를 “서로 선의를 가지고 마주 앉아도 제대로 풀 수 있겠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최악의 상태에 처해 있다”고 평가한 뒤 “남조선 당국자는 상대를 자극하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언동을 그만두고 북남 관계에 임하는 자세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남조선 당국자’, ‘남조선 집권자’ 등으로 호칭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사실상 첫 문 대통령 비난이다.

문 대통령의 ‘6ㆍ15 제안’에 대한 비공식 반응은 이미 몇 차례 나왔다. 이날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문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6ㆍ15 기념식 축사에 대해 “북의 동족을 향해 도발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북핵 포기의 목표를 내걸고 대북 압박 소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것이나 같다”고 주장했다.

앞서 19일에는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조선반도 핵 문제는 당사자인 미국과 우리가 논할 문제이지 결코 미국의 하수인에 불과한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것이 못 된다”고 했고, 같은 날 역시 북한의 대외선전용 웹사이트인 ‘메이리’도 “현 남조선 당국이 핵 문제 해결을 북남 관계 개선의 기본 전제로 들고 나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문 대통령이 15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제안한 데 대한 우회적 반응이라는 게 전문가들 해석이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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