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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동화나라로 초대하는 풍차

입력
2017.06.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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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에 있는 풍차들 위로 태양이 붉게 떠오르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이른 새벽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에 있는 풍차들 위로 태양이 붉게 떠오르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지난 18일 자정 국내 첫 원전인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스위치를 차단하는 순간, 1977년 6월 18일 첫 가동한 이 발전소는 4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친환경 에너지 체제를 확립할 뜻을 천명했다. 이런 소식을 접한 후 ‘친환경 에너지’라는 말을 생각하다, 인천시 남동구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찾았다. 이곳은 70년대 전국 최대의 염전이 있었던 자리에 만들어진 습지 공원이다. 명물은 전통적인 습지를 이루고 있는 갯벌과 갈대밭이지만 정작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영화에서나 봄직한 풍차였다. 풍차는 옛날 페르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낮은 곳에 있는 물을 퍼 올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풍차를 보니, 명작동화 ‘플랜더스의 개’의 배경이 된 네덜란드 풍광이 떠오른다. 또한 풍차를 괴물로 착각해 창을 들고 돌진했던 돈키호테도 생각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연유로 풍차는 이국적인 풍경을 상상하게 하는 건축물로 사용됐다.

아이러니하게도 19세기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점차 사라졌던 풍차가 현대에 이르러 다시 각광받고 있다. 그 이유는 풍경을 만드는 역할과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로 각인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른 새벽 태양이 붉게 떠오르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의 풍차를 바라보고 있으니 바람의 힘에서 나오는 전기가 내 몸을 관통하는 것 같아 온몸이 짜릿해진다.

멀티미디어부 부장 kingwang@hankookilbo.com

이른 새벽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에 있는 풍차들 위로 태양이 붉게 떠오르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이른 새벽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에 있는 풍차들 위로 태양이 붉게 떠오르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이른 새벽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풍차 앞에서 해 뜨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른 새벽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풍차 앞에서 해 뜨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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