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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잡는 과학] “레드선만 외치면 끝? 최면 수사는 뇌파 활용한 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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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이 친밀감 형성시킨 뒤
뇌의 베타파를 세타파로 유도
희미한 과거 기억 끄집어내…
범죄 트라우마의 치료 역할도
“최면수사에 덧씌워진 오해가 정말 많아요.”
14일 오전 전북 익산경찰서 거짓말탐지기실에서 만난 법(法)최면 전문수사관 박주호(44) 경위의 첫 마디는 “최면수사를 ‘과학’으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었다. 일반인은 물론 일선 경찰들조차 “양파를 먹으며 사과 맛을 느끼게 한다거나, 최면을 걸어 마음대로 조종하는 게 최면수사의 전부인 줄 안다”고 했다. “‘레드 선(Red Sunㆍ최면을 거는 구호 중 하나)’만 외치면 저절로 최면에 빠지는 것으로 믿는 사람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법최면은 그러나 뇌파를 베타파(β)에서 세타파(Θ)로 유도해 수행하는 엄연한 과학이다. 베타파는 깨어 있을 때 나타나는 파동을, 세타파는 졸리거나 명상에 잠겼을 때 나타나는 파동을 뜻한다. 최면 상태에서는 세타파가 주로 확인되는데, 이때 신체적 정신적 긴장은 이완되고 특정사건에 대한 기억력이 급격히 증가한다. 박 경위는 “사건과 관련 없는 기억의 수도꼭지는 잠그고, 수사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흘러나오도록 집중하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최면 대상자는 피해자와 목격자로 한정한다. “심리적 외상이나 정신적 충격으로 사건 당시 기억을 못 하는 경우, 또는 시간이 많이 지나 사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 경우에 최면을 통해 대뇌 어딘가에 남아있는 기억을 끄집어 내기 위해서”이다. 피의자에겐 극히 제한적으로 술 때문에 범행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범행 장소나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대화가 기본이 돼야 하기 때문에, 정신질환을 가졌거나, 어휘 이해력이나 문장 독해력이 낮은 사람, 지나치게 나이가 많거나 어린 사람은 (대화를 기본으로 하는) 대상자가 될 수 없어요.”
최면상태로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최면대상자가 수사관을 믿지 못할 경우 신체적, 정신적 이완이 불가능해 최면에 들기 어려우므로 충분한 설명과 일상적 대화를 통해 수사관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게 필수다. 이를 ‘라포 형성(Rapport Building)’이라고 부르는데, 박 경위는 “라포 형성이 최면수사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고 끝이 아니다. “최면 중 떠올린 기억은 각성 이후에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깨울 때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사건을 떠올리며 두통이나 메스꺼움을 호소한다. “최면수사가 사람(범인)을 잡는 데 쓰인다고만 생각하는 것도 오해 중 하나에요. (최면상태에서) 범죄 피해자나 목격자가 겪었던 부정적 감정, 사건 이후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도 있으니까요.” 2007년 직장을 그만 두고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으로 경찰에 들어온 박 경위는 10년 내공을 쌓은 법최면 베테랑이다.
글ㆍ사진=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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