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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차량 경각심” VS “감시 일상화”

입력
2017.06.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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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에 찍힌 불법운전 신고

“그냥 두고 보면 큰 사고 불러”

보상금 없는데도 신고 급증

“깜빡이 안 켰을 뿐인데 황당”

신고 당한 운전자는 부글부글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모(32)씨는 최근 자신의 차량용 블랙박스에 찍힌 교통법규위반 운전자에게 ‘상품권’을 보냈다. 여기서 상품권은 위반차량 운전자가 받게 될 범칙금고지서를 뜻하는 은어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얘기다. 지난 11일 집 근처 대형병원 앞 사거리에서 유턴을 시도하던 중 불쑥 끼어 든 차량 때문에 큰 사고 위험을 겪었기 때문. 이씨는 19일 “이런 일이 반복됐다간 나중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스마트국민제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블랙박스 영상을 올려 위법차량 운전자를 신고했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37)씨 역시 얼마 전 택시 운전기사에게 ‘상품권’을 발송했다. 그는 "택시 운전기사들의 난폭운전이 심해, 최근 1년 동안 5번 정도 같은 방법으로 신고했다”고 했다.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차원이었다.

차량 블랙박스를 이용한 교통법규위반 차량 신고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불법 행위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옹호론과 사소한 위법 행위까지 걸고 넘어지는 등 도가 지나치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경찰청이 2015년 4월부터 일상 속 위법 행위에 대한 빠른 제보를 돕기 위해 시행 중인 스마트국민제보로 접수되고 있는 신고 건수는 날로 늘어가는 추세다. 올 1월 한 달 4만6,838건이던 관련 신고는 매달 늘더니 5월엔 무려 7만5,294건을 기록하며, 1~5월 31만1,659건을 기록했다. 신고에 따른 보상금이 없음에도 “같은 위험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하지만 신고를 당한 이들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상황이다. 올해 초 대전시내 한 도로에서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꿨다가 ‘상품권’을 받았다는 신모(42)씨는 “사소한 위법 행위까지 신고해 황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스마트국민신고를 통해 접수된 교통법규 위반 유형 중에는 신씨처럼 운전자들이 쉽게 간과하는 ‘깜빡이 불이행’이 5만8,034건으로 가장 많았다. 신씨는 “분명 잘못한 건 맞지만, 감시의 일상화가 된 것 같아 떨떠름하다”고 전했다.

운전자들이 자주 찾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신고 인증’ 게시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와 이에 대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때론 신고가 두려워 자신의 위반 사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선처(상품권을 보내지 말라)를 구하는 등의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공익 제보’란 신고자 입장과, ‘고지서 남발’이란 피신고자 호소 사이에서 경찰은 ‘경고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 안전과 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는 위법 행위의 경우엔 경고장 발송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며 “경고장을 받은 이들이 다시 신고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전미숙 등 아무리 사소한 실수도 교통 흐름에 위험을 끼치면 명백한 법규 위반”이라며 “일상 어느 곳에서도 교통 법규는 꼭 지켜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형준 기자 medai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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