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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길 따라 자박자박…화천 감성여행 포인트

입력
2017.06.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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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산소 100리길’의 숲으로 다리. 물 위로 1.2km 부교가 이어진다. 화천=최흥수기자
화천 ‘산소 100리길’의 숲으로 다리. 물 위로 1.2km 부교가 이어진다. 화천=최흥수기자

실제보다 마음의 거리가 멀었다. 춘천을 거쳐도, 가평이나 철원에서 고갯길을 넘어도,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화천 가는 길에는 그 흔한 4차선 국도가 없다. 서울시청에서 화천군청까지는 대략 130km, 2시간 정도 걸린다. 세계 3대 겨울축제를 자부하는 산천어축제의 명성에 겨울 여행지로만 기억하는 탓도 크다. 그 축제가 열리는 호반을 따라 여름 화천에는 싱그러운 감성이 뿌려져 있다. 이름하여 ‘산소 100리길’ 주변 화천의 ‘감성포인트’를 소개한다. 자박자박 걸어도 좋고, 강바람 가르며 페달을 밟아도 좋다. 물론 승용차로 가도 무방하다.

#물위를 걸어 ‘숲으로 다리’

화천읍내에서 파로호로 연결되는 461번 지방도로는 오른편에 짙푸른 북한강을 끼고 달린다. 이 길을 5분 가량 거슬러 오르면 강 건너편 산자락 물위에 수평으로 길게 이어진 다리가 보인다. 약 1.2km 길이의 다리는 물위에 뜨는 플라스틱 구조물을 촘촘히 연결하고 그 위에 나무판자를 깔아 만들었다.

물 반, 숲 반 숲으로 다리.
물 반, 숲 반 숲으로 다리.
1.2km 다리 끝에서 길은 숲으로 이어진다.
1.2km 다리 끝에서 길은 숲으로 이어진다.
북한강 맞은 편에서 본 숲으로 다리.
북한강 맞은 편에서 본 숲으로 다리.

물 위를 걷는 아찔함과 스릴을 기대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 수면은 잔잔하고, 자전거도 탈 수 있도록 폭이 넓어 흔들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산과 강의 여유를 즐기는 길이다. 녹음이 짙어가는 산 빛, 뭉게구름 떠가는 하늘이 수면에 가라앉아 넉넉한 풍경이 두 배가 된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는 날이면 더욱 운치가 있다. 페인트칠을 한 것처럼 잎이 하얀 개다래, 물위로 늘어진 물푸레나무, 그 기둥을 휘감은 오미자 등이 한창 꽃을 피워 요즈음 수면에는 연초록 꽃가루가 번져 있다. 다리 중간쯤에는 잠시 쉬어 가도록 벤치를 놓았고, 산천어 조각 아래 목을 축일 수 있는 수도꼭지도 설치했다. 산에서 연결된 호스를 타고 내려오는 물이 달고 시원하다. 일명 ‘산삼뿌리 썩은 물’이라니 속는 셈 치고 빈 물병을 준비해도 좋겠다.

다리 중간쯤 쉬어갈 수 있는 벤치.
다리 중간쯤 쉬어갈 수 있는 벤치.
산천어 조각 아래 산에서 물을 끌어 온 수도를 설치했다.
산천어 조각 아래 산에서 물을 끌어 온 수도를 설치했다.
일명 ‘산삼 썩은 물’.
일명 ‘산삼 썩은 물’.

2009년 완공한 이 다리는 부교(浮橋) 혹은 주교(舟橋)를 뜻하는 ‘폰툰(Pontoon) 다리’라 부르기도 하지만, 정식 명칭은 ‘숲으로 다리’이다. ‘자전거 여행’으로 유명한 작가 김훈이 지었다. ‘숲으로’인 이유는 다리 끝까지 가보면 명확해진다. 그곳부터 시작되는 흙길은 강기슭을 따라 화천읍내까지 이어지는데, 강에서 울창한 숲으로 바로 들어간다. 크지 않은 나무와 덩굴식물이 하늘을 뒤덮어 원시림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박쥐나무, 초롱꽃, 으름덩굴 등 온갖 풀과 나무가 뿜어내는 자연의 내음에 절로 숨을 크게 들이킨다. 화천의 걷기 길이 ‘산소길’인 까닭이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전달된다.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 오더라도 숲길까지 꼭 가야 할 이유다.

‘숲으로 다리’ 입구까지 찻길이 나 있지만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강 건너편 미륵바위 쉼터에 차를 대고 조금 더 걷는 편이 낫다. 미륵바위는 거창한 불상이 아니라 조선 후기에 만든 작은 바위조각이다. 바로 옆에는 대형 설치미술 겸 시계가 함께 서 있다. ‘흐르고 또 흐르고’라는 작품명처럼 강도 흐르고 시간도 흐른다. ‘숲으로’ 걸을 시간이 모자란다면 쉼터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북한강의 넉넉한 운치를 담을 수 있다.

#감성사진 포인트, 서오지리 연꽃단지와 사랑나무

춘천과 경계지점, 화천 하남면 서오지리의 연꽃단지는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입소문을 탄 곳이다. 지촌천이 북한강으로 흘러 드는 곳에 위치한 서오지리는 오래 전 마을 노인들이 ‘자신(吾)이 호미(鋤)로 약초(芝)를 캤다’ 하여 붙은 이름이란다. 화천에서는 그나마 넓은 평야였는데, 1965년 춘천댐 완공 이후 수시로 물이 들고 빠지는 지형으로 변했고, 그때마다 물웅덩이가 생겼다. 쓰레기가 쌓이고 썩은 내가 진동하던 습지는 2003년 연꽃단지를 조성하면서 생명을 되찾았다.

작은 한반도 모양으로 가꾼 서오지리 연꽃단지.
작은 한반도 모양으로 가꾼 서오지리 연꽃단지.
요즘은 수련이 막 피어나고 있다.
요즘은 수련이 막 피어나고 있다.
갖가지 수련이 물위에서 등처럼 피어난다.
갖가지 수련이 물위에서 등처럼 피어난다.
하늘 담은 습지도 감성 가득한 그림이다.
하늘 담은 습지도 감성 가득한 그림이다.
한반도 모양으로 가꾼 정성이 돋보인다.
한반도 모양으로 가꾼 정성이 돋보인다.

15만㎡, 7개 습지에 200여종의 연꽃을 심고부터 붕어, 잉어 등 토종물고기의 서식지가 되었고, 물닭과 뜸부기 등 다양한 새들도 다시 찾았다. 덩달아 은은하고 고운 연꽃 자태에 반한 사람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현재는 5월말부터 피기 시작한 수련(睡蓮)이 하얀 연등, 분홍 연등처럼 습지 곳곳을 수놓고 있다. 샛노란 어리연도 앙증맞은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6월말부터 8월까지는 본격적으로 연꽃이 만개하고, 9월이 되면 다시 수련이 꽃을 피울 것으로 보인다. 꽃도 꽃이지만 산과 하늘, 구름을 담은 물빛도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작은 한반도 모양의 수련 군락이 가장 시선을 끄는 포인트다. 마을 주민들의 정성이 깃든 작품이다.

연꽃단지 초입에 무료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다. 춘천에서 화천으로 가는 5번 국도변의 ‘현지사’라는 사찰로 들어가 다리 하나 건너면 연꽃단지다. 마을의 연꽃작목반에서 차와 과자, 술 등 연꽃을 재료로 한 특산품도 판매한다.

강변 공원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사랑나무’다.
강변 공원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사랑나무’다.
주변엔 금계국이 활짝 피었다.
주변엔 금계국이 활짝 피었다.

화천읍내에서 가까운 하남면 거례리 ‘사랑나무’도 감성사진 포인트로 주목 받는 곳이다. 공원으로 정비한 북한강변에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덜렁 남아 허전함을 달래주는 풍경이다. 주차장 외에 편의시설도 없고, 왜 ‘사랑나무’인지 내력도 알 수 없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강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고작이다. 그 단순함에 어떤 ‘사랑’을 입힐지는 이곳을 찾는 각자의 몫이다. 주변에는 노란 금계국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여행수첩]

●‘숲으로 다리’ 인근에는 화천에서 이름난 식당이 몇 있다. ‘미륵바위쉼터’ 식당은 매일 직접 만드는 두부로 끓이는 두부전골(7,000원)이 주 메뉴다. 두툼하고 넓게 썬 두부에 팽이버섯과 양념장만 넣어 끓인다. 두부 본래의 구수한 맛을 강조한 방식이다. ●파로호 가는 길목의 ‘화천어죽탕’ 식당은 북한강과 파로호에서 나는 제철 잡고기를 푹 삶아 뼈를 추려낸 다음, 추어탕처럼 끓인 진한 어죽탕(8,000원)이 일품이다. 주인장의 예술성을 맘대로 발휘한 식당 내외부의 장식도 눈길을 끈다. ●화천읍내 바로 앞 붕어섬은 면회 온 군인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여름이면 쪽배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레일카, 카약, 카누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데, 이용요금의 일부는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 준다. 상품권은 화천군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화천=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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