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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르노삼성 QM3, ‘잘생김’으로 공략한 여심(女心) … 냉혹한 결과는?

입력
2017.06.01 14:59

르노삼성자동차가 최근 언론사 자동차 출입 女기자들을 대상으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QM3’의 미디어 시승회를 진행했다. 르노 엠블럼에 ‘캡처’란 차명으로 유럽에서 판매되던 소형 SUV가 QM3로 이름을 바꿔 국내에 도입 된지도 벌써 4년. 그 동안 다수의 경쟁모델이 새롭게 등장했고 시장 분위기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출시 초기 경쟁모델이라곤 쉐보레 트랙스 뿐이던 QM3는 이제 동급 베스트셀링 쌍용차 ‘티볼리’를 비롯해 향후 출시될 현대기아차의 신차들과 직접 경쟁을 펼쳐야 한다. 다가올 소형 SUV ‘춘추전국시대’에 앞서 르노의 효율과 르노삼성의 패키징으로 연륜을 쌓아온 QM3의 상품성을 재평가해 보았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정연우 교수(좌측), 방송인 파비앙(우측)이 등장해 QM3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정연우 교수(좌측), 방송인 파비앙(우측)이 등장해 QM3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시승회 출발지는 여기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함일까? 최근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서울 이태원 소재 ‘카페 다츠’에서 시작됐다.

르노삼성차 박동훈 사장의 인사말로 시작해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정연우 교수와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의 진행으로 QM3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로 흘렀다. QM3의 경우 동글동글하고 볼륨감 있는 외관이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카레이서 권봄이 선수는 QM3 파워트레인과 주행성능에 대한 이야기를 풀며 “QM3는 파워트레인부터 서스펜션까지 제원으로 판단한 것 이상이었다”는 칭찬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태원 한복판을 출발해 시내를 통과한 후 올림픽대로와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왕복 100km가량의 시승코스는 정차된 차량과 통행량이 많았던 좁은 골목길에서 시작됐다. 자연스레 작은 차체와 높은 눈높이의 장점을 확인했다. 방금 탔는데도 어렵지 않게 차 폭을 감지했고 가감속 조작에 쉽게 적응됐다. 특히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 응답이 적당해 운전이 편하다.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4kgㆍm 의 출력을 내는 1.5ℓ dCi 디젤 터보 엔진에 기대는 없었지만 예상을 웃도는 초기 응답성은 눈에 띈다.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는 엔진은 공차중량 1,300kg의 가벼운 QM3를 경쾌하게 끌고 나간다. 물론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속도로에서 추월을 위해 급가속 할 때는 살짝 더딘 반응과 부족한 힘이 아쉽다. 시속 100km를 웃도는 고속 주행 중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아도 속도가 쉽게 오르지 않는 부분은 조금 답답하다.

르노삼성 QM3의 고속주행 실력은 경쟁차에 비해 조금 아쉽다.
르노삼성 QM3의 고속주행 실력은 경쟁차에 비해 조금 아쉽다.

다만 SUV 치고는 낮은 차체, 아랫부분이 넓고 지붕으로 갈수록 동그랗게 모이는 디자인은 주행 안정성이 좋을 거라는 암시를 준다. 높게 느껴지지 않는 시트 위치와 낮은 무게중심 덕에 고속에서도 불안함은 덜하다. 다소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은 노면에 착 붙어 달리는 느낌도 있다. 고속 주행 때 요철로 인한 충격을 곧잘 잡아도 준다.

QM3의 주행감을 요약하자면 운전의 즐거움이나 뛰어난 거동보다는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제원만 보면 아쉬운 수치지만 국내 도로교통법의 제한속도를 지킨다면 아쉬운 출력을 느낄 일은 거의 없다. 물론 승객이 늘어나거나 짐을 가득 싣고 언덕길을 오른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르노삼성 QM3의 주행느낌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르노삼성 QM3의 주행느낌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시승을 마치니 왜 ‘여자’기자들만 불렀는지 느낌이 왔다. QM3의 주요 고객은 20~30대 여성으로 자동차 디자인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고객들이다. 굳이 여자로 한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주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귀여운 디자인이 장점인 것은 분명했다.

아쉽게도 QM3가 경쟁차 대비 내세울 수 있는 건 디자인이 거의 전부다. 파워트레인 자체가 경쟁 모델에 비해 약한데다, 작은 차체 때문에 실내 공간에서 손해가 컸다. SUV를 찾는 사람들에게 적재공간은 중요한 요소 아닌가? 경쟁모델 대비 다소 비싼 가격도 걸림돌이다. 세컨드카로 구입하기에도 특징이나 장점이 뚜렷하지 않다.

결국 적재공간이 크지 않아도 되고 디자인을 위해 비싼 가격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대상이 한정된다. 타깃 소비층 자체가 좁은 편이라는 애기다. 물론 뛰어난 연비는 최대 장점이다. 주행 성능보다 연비가 중요한 고객은 남녀 구분 없이 주목해도 되겠다. 짧은 시승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장거리 정속 주행 위주로 달린다면 1리터에 30km 이상은 무난하겠다.

아이러니하게도 르노삼성은 이 차의 디자인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지붕 색상 변경 외에는 디자인의 변화를 위한 별다른 액세서리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오히려 디자인 변별력을 극대화해서 고객을 강력하게 사로잡는다면 어떨까? 귀여운 디자인을 좋아하는 남성, 빠른 속도를 즐기는 여성, 귀여운 외모에 공격적인 주행성능을 갖춘 반전 매력을 좋아하는 소비자도 존재한다. 이런 면에서 다양하지 못한 파워트레인은 큰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실내공간과 가격 같은 면에서 경쟁모델 대비 실용성이 밀린다면, 기존의 강점을 더욱 살리는 전략 또한 고심해야 하지 않을 까. 르노삼성이 스스로 판을 넓히고 다양성을 도입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한만큼 QM3에서도 선택의 폭을 넓혀줬으면 한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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