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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도 당당히 맞선 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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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거짓 언론들, 佛 선거 개입”
“시리아 화학무기 묵과 않을 것”
푸틴과 첫 대면서 조목조목 따져
젊은 나이에 대권에 오르며 프랑스 정계의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ㆍ무서운 아이)’로 불렸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도 연일 거침없는 태도로 ‘스트롱맨’ 지도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초강대국 지도자들과 만나서도 기싸움에 밀리지 않으려는 그의 행보가 화제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 손에 힘줄이 드러날 정도로 강하게 악수를 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처음 만나서도 ‘할 말은 하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 줬다.
29일 프랑스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마크롱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는 시리아 사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인한 러시아 경제제재 해제 문제, 러시아의 프랑스 대선 개입 의혹 등 간단치 않은 주제들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BBC방송은 “두 정상의 엄숙한 미소와 형식적인 악수로 시작된 회담은 시작부터 차가웠는데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더 냉랭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는 제정 러시아 시절 표트르 대제가 파리를 찾은 지 300년이 되는 해이며 베르사유궁에서는 관련 전시가 열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프랑스 대선 때 러시아가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매체인 ‘스푸트니크’와 ‘러시아투데이’ 취재를 왜 금지했냐는 질문에 그는 “그들은 언론인이 아니라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선전원”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한 치(an inch)도 양보할 뜻이 없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프랑스 대선에 개입한 바가 없다. 정치인이 답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이 문제를 빠져나가려 했던 푸틴 대통령을 무안하게 한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나는 푸틴에 홀리지 않은 사람이고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다”고 천명한 바 있다. 선거를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르펜을 만났고, 선거 직전에는 러시아의 마크롱 캠프 해킹 의혹이 불거지기도 하는 등 푸틴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는데 실제 회동에서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를 두고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러시아의 영향력에 타격을 주려는 장(場)으로 이용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리아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격퇴에는 러시아와 이해가 일치하지만, 러시아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프랑스는 아사드 정권에 저항하는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IS를 격퇴하는 일에 프랑스와 러시아가 협력을 강화하기를 바란다”면서도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사용 등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프랑스는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각적 대응은 푸틴 대통령이 비호하는 아사드 정부군에 대한 제재로 해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밖에도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내 체첸공화국의 동성애자 탄압 의혹을 “주시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최근 체첸공화국에서는 동성애 남성들을 체포하거나 비밀수용소에서 고문ㆍ학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의견 차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협력, 크림반도 병합 이후 시작된 러시아 경제제재 해제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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