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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시급 1만원… 열정 넘치는 푸드트럭

입력
2017.05.29 20:00

3번 실패 딛고 선 청년 사업가

야시장 손님 몰리며 공약 실천

알바생이 되레 “감당되나” 걱정

“내가 덜 받아도 이 약속은 꼭”

알바생에게 ’시급 1만원’을 지급하는 청년 푸드트럭 스테이크아웃. 2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청년들이 스테이크를 굽고 있다. 정반석 기자
알바생에게 ’시급 1만원’을 지급하는 청년 푸드트럭 스테이크아웃. 2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청년들이 스테이크를 굽고 있다. 정반석 기자

26일 오후 6시 서울 반포한강공원. 반포대교 아래 쪽으로 60개에 달하는 푸드트럭이 줄지어 서 있는 한 중간에 자리잡은 ‘스테이크아웃’ 푸드트럭 안에서 아르바이트생 박모(24)씨 등 20대 청년 5명의 손길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열리는 ‘밤도깨비 야시장’을 맞아 손님들은 하나 둘 늘어가고, 스테이크를 굽는 철판 온도가 300도 이상까지 올라가면서 청년들의 얼굴은 이미 땀 범벅. 구워진 스테이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는 틈틈이 땀을 훔치던 박씨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박씨는 “요즘 같이 ‘열정페이’에 시달리는 우리 같은 청년 아르바이트생에게 여기는 꿈 같은 일터”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현재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 하지만 이들은 그보다 2배 가량 높은 1만원의 시급을 받고 있단다. ‘꿈과 열정’을 저당 잡힌 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못 받고 있다는 또래 청년들의 하소연을 생각할 때 “즐겁게 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이들의 ‘일터’ 스테이크아웃은 백상훈(25) 대표가 친구들과 돈을 모아 2015년 8월 창업한 아직 만 2년이 안 된 신생업체다. 백씨는 세상 경험이 턱 없이 부족한 20대 중반 대학생에 불과한 청년이지만 이미 3번이나 실패한 경험을 가진 덕분에 “잔뼈가 굵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청년사업가다. 현재 사업은 국내 최초의 스테이크 푸드트럭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잘 될 때’는 하루 700명 이상 손님이 다녀가는 곳으로 자랐다.

그런 백씨에게 ‘시급 1만원’은 대외적인 공언이자 스스로에게 던진 약속이기도 하다. 지난해 4월부터 ‘시급 1만원’을 내건 아르바이트 모집공고를 하고 있다. 그는 “밤도깨비 야시장 같이 고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생기면서 ‘일을 했으면 시간당 1만원은 받는 게 마땅하다’던 평소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했다.

물론 손님이 찾지 않아 문을 열고 있는 것 자체가 적자인 ‘파리 날리는 날’도 없는 게 아니다. 그럴 때면 아르바이트생에게 줘야 하는 시급 1만원이 부담스러운 게 인지상정이다. 고용된 아르바이트생들이 도리어 “시급 1만원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걱정할 때도 있다. 하지만 백씨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인건비를 깎는 대신 우리(투자한 친구와 백씨) 급여를 줄인다”고 털어놨다. 그는 “‘일정 비율만큼 수익을 공유하겠다’던 목표는 아직 엄두도 못 내지만, ‘시급 1만원’의 약속만큼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킬 것”이라고 했다. 매장 임대료 부담이 없어 앞으로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데 큰 문제는 없다는 게 그가 내보이는 자신감의 밑천이다.

백 대표는 “가능한 사람들이라도 우선 나서야 청년들이 말하는 ‘헬조선(우리나라가 지옥처럼 살기 힘들다는 걸 빗댄 말)’의 현실을 바꿔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1만원을 감당하기 힘든 자영업자들도 많지만, 임대료나 세금과 관련된 보완책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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