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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기억] ‘레프 야신’ 전설의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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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냉전이 한창이던 1971년 5월 27일, 유럽의 축구팬들은 구 소련의 전설적인 골키퍼 ‘야신’의 은퇴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철의 장막으로 향했다. 소속팀인 ‘모스크바 디나모’ 유니폼을 입고 유럽올스타 팀을 상대로 90분간 그라운드를 지킨 야신은 경기장을 가득 매운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조용히 레닌 스타디움을 빠져 나갔다. 한 시대의 영웅이 역사 속의 전설로 남는 순간이었다.
아직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이름으로 남은 ‘레프 이바노비치 야신’은 명성만큼이나 별명도 다양했다. ‘거미 손’ ‘신의 손’ ‘문어 발’ 등 수많은 명칭들이 그의 이름 앞에 쓰여졌고 지금도 그라운드에서 골 문을 지키는 위대한 선수들 앞에는 그 수식어가 인용되고 있다.
선수시절, 항상 검은 옷을 입고 출전해 ‘흑거미’라는 애칭을 갖게 된 그는 처음부터 축구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었다. 1929년 모스크바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세계 2차 대전 끝 무렵인 49년 모스크바 디나모에 입단했지만 처음에는 아이스하키 팀의 골키퍼로 뛰어야만 했다. 그렇게 하키장과 벤치를 오가던 2년 만에 기회는 찾아왔다. 주전 골키퍼였던 알렉세이 코미치가 부상으로 팀을 떠난 후 수문장을 맡게 된 그는 흙 속의 진주가 빛을 발하듯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네 차례의 소련리그 우승과 준우승 2회, 그리고 국가대표로 뛰며 56년 멜버른올림픽 금메달과 60년 제1회 유로선수권대회 제패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그의 진가는 페널티킥 상황에서 더욱 빛났다. 11m의 거리를 두고 벌인 키커와의 270회의 대결에서 무려 150회를 막아내는 철통수비를 보여준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FIFA는 1963년 유럽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수여되는 발롱도르를 공격수가 아닌 골키퍼 레프 야신에게 수여했다. 이후 올리버 칸과 카시아스, 그리고 부폰과 마이어 등 명 수문장들이 등장했지만 아직 야신이 가진 유일한 골키퍼 발롱도르 수상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86년, 선수시절 다친 부상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그는 구 소련이 해체되던 1990년 세상을 떴다. 팬들은 월드컵 무대에서 수여되는 ‘야신상’을 통해 그 이름을 기리고 있다.
손용석 멀티미디어 부장 st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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