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18분 날아 24시간 번다…사모아 마법의 시간여행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유럽 몇 개국을 며칠에' 숙제 하듯 숨가쁘게 이동하는,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한 패키지 관광상품은 지금도 흔하다. 예를 들어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4개국 일주…단 3일이면 동유럽 200% 파악’ 따위의 광고 문구가 그렇다. 이름조차 생소한, 무려 네 나라를, 단 3일만에 200% 파악할 수 있다니! 매력적이다 못해 신기하기까지 하다.
말이 난 김에 더 황당한 여행상품을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단 18분만 투자하면 하루를 건너뛸 수 있는 여행상품이다. 일명 ‘타임머신 패키지’. 어떤가, 구미가 당기시는지. 사기라고 오해하기 쉬우니 일정을 소개하기 전에 배경부터 설명해야겠다.
시간여행은 16세기 마젤란의 대항해와 쥘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분명히 대비된다. 서쪽으로 항해를 떠난 마젤란은 하루를 잃고, 소설 속의 포그는 동쪽으로 여행해 하루를 얻는다. 항공의 발달로 지금은 몇 시간 만에도 하루를 잃고 얻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로 날짜변경선 때문이다.
사실 날짜변경선은 가상의 선이며, 국제법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더구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육지를 피하다 보니 태평양에 지그재그 모양으로 그어져있다. 영국의 그리니치를 기준으로 경도를 그대로 적용하면 333개 섬으로 이루어진 피지의 바누아 레부, 람비, 타베우니라는 3개의 섬 위로 날짜변경선이 관통한다. 러시아 북동쪽 끝자락도 마찬가지지만 실제로는 날짜가 분리되지 않도록 적용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사모아 섬은 날짜변경선을 두 번이나 수정한 나라다. 사모아는 주요 교역국가인 호주, 뉴질랜드, 아시아와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역사에서 하루를 지우기로 결정한다. 2011년 12월29일은 목요일이었는데, 한 숨 자고 일어난 18만6,000명의 사모아 사람들과, 1,500명의 토켈라우(사모아 인근 섬) 주민들은 하루를 건너 뛰어 31일 토요일 아침을 맞게 된다. 30일이 생일이었던 사람들은 미리 생일파티를 했고, 노동자들은 금요일에 일을 안 했지만(할 수도 없었지만), 국가의 보조로 하루 치 수당을 제하지 않고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사모아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는 두 개다. 그냥 사모아(그리니치 표준시 GMT+13)로 불리는 독립국 서사모아와, 미국령사모아(GMT-11)로 불리는 동사모아다. 두 나라의 직선거리는 164킬로미터, 비행시간은 고작 18분이지만, 시차는 무려 24시간이다.
미국과의 교역량이 더 많았던 1800년대에는 사모아도 미국령사모아와 같은 시간대에 있었다. 1892년 미국의 무역상들이 사모아 정부를 설득해 미국과 같은 시간대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 처음으로 날짜변경선을 옮긴 날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기 때문에 7월4일에 기념식을 두 번 치르는 행사도 벌였다. 하지만 2011년, 사모아만 본래 시간으로 옮기기로 결정하면서 같은 인종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두 섬이 시간으로 또 한 번 ‘분단’을 맞게 된다. 아무리 가상의 선이라 해도, 하루의 시차가 생기는 바람에 생활패턴도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가장 마지막에 해가지는 나라였던 사모아는 이 결정으로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가 된다.
사모아와 미국령사모아 간에는 친인척 만남이나 사업 등의 이유로 왕래가 잦아 항공편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서울에서 제주보다 가까운 이 거리를 여행하려면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시차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약속시간에 몇 분, 몇 시간이 아닌 하루나 늦게 도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루를 기다려 줄 연인이나 비즈니스 파트너는 흔치 않다. 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두 번의 생일, 두 번의 결혼식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여행지가 생긴 셈이다.
사모아 외에도 시간을 바꾼 나라들이 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전기사용량을 줄이고 낮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2007년 5월1일 시간을 30분 앞당긴다고 선언했다. 북한도 2015년 8월 광복 70주년을 맞아 표준시간을 동경시보다 30분 늦춰 사용하고 있다.
사모아 시간여행 TIP ① 스케줄 짜는 방법
한국에서 사모아에 가려면 뉴질랜드, 호주, 하와이, 피지를 경유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 사모아로 가는 항공편이 가장 많지만, 피지를 경유하는 방법이 시간과 가격 대비 가장 효율적이다. 인천에서 피지(나디공항)까지 대한항공이 주3회(화ㆍ목ㆍ일) 직항편을 운항한다. 피지에서 사모아까지는 피지에어웨이스가 주5회 운항하며, 비행 시간은 약 1시간40분이다. 피지와 사모아의 시차는 1시간이다.
▶한국-피지(9시간40분, 대한항공)-사모아(1시간40분, 피지에어웨이즈)
▶한국-뉴질랜드(11시간30분)-사모아(주7회, 4시간, 에어뉴질랜드, 버진에어, 피지에어웨이즈)
▶한국-시드니(주2회, 10시간30분)-사모아(주2회, 5시간40분, 에어뉴질랜드, 버진에어, 피지에어웨이즈)
일단 사모아에 도착하면 미국령사모아로 가는 항공편은 매일, 자주 있다. 탈로파항공(www.talofaairways.com)과 폴리네이시안 항공(www.polynesianairlines.com) 홈페이지에서 시간과 가격을 확인하고 바로 예약도 할 수 있다.
사모아 시간여행 TIP ② 추천루트
사모아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항공 패턴을 몇 가지 소개한다. 사모아와 미국령사모아 사이의 이동을 뺀 국제항공 루트와 이용 가능한 항공사 이름이다. 가장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5번째가 아닐까 한다.
▶피지-사모아-피지(대한항공, 피지에어웨이즈)
▶뉴질랜드-사모아- 뉴질랜드(대한항공, 버진에어, 에어뉴질랜드, 피지에어웨이즈)
▶피지-사모아-미국령사모아-하와이(대한항공,하와이안에어)
▶하와이-미국령사모아-하와이(대한항공, 하와이안에어)
▶피지-사모아-하와이(대한항공, 피지에어웨이즈)
사모아 시간여행TIP ③ 언제 가면 좋을까
사모아는 적도와 가깝기 때문에 연중 내내 온화하며(연평균 기온 27℃), 우기와 건기만 있고 여름과 겨울은 없다. 우기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지만 보통 1~2월에만 비가 많이 내리는 편이다. 따라서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3~12월 초까지다. 습도가 높지만 동남아처럼 찝찝하고 후덥지근하지는 않다.
사모아로 시간여행을 떠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새해를 맞는 12월말, 생일, 결혼식 같은 중요한 기념일, 그리고 사모아 전역이 축제로 들썩이는 9~10월이다. 사모아에서도 일몰과 일출 명소가 있다. 가장 큰 섬인 사바이 서쪽의 물리누 곶(Cape Mulinu’u)이다. 날짜변경선 이동 전 사바이 섬은 세상에서 가장 해가 늦게 지는 곳이었기 때문에 물리누 곶은 한 해의 마지막 날 일몰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들던 명소였다. 한 때 사바이 사람들은 "We're so relaxed, it's yesterday”라는 말을 슬로건으로 삼고 ‘공식적으로’ 여유를 부리며 살아왔다. 하지만 사모아의 역사에서 하루가 사라지면서 가장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사모아 여행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주한 사모아관광청 페이스북 (facebook.com/SamoaKorea)에 문의하면 된다.
박재아 여행큐레이터DaisyParkKorea@gmail.comㆍ사진제공 사모아관광청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