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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골목에서 만난 천국의 계단

입력
2017.05.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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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보수동 한 골목에 있는 계단이 해가 질 무렵이면 미끄럼방지를 위해 깔아놓은 쇠붙이들이 층층이 반짝이며 마친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처럼 보인다. 부산=왕태석기자
부산 중구 보수동 한 골목에 있는 계단이 해가 질 무렵이면 미끄럼방지를 위해 깔아놓은 쇠붙이들이 층층이 반짝이며 마친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처럼 보인다. 부산=왕태석기자

부산 중구 보수동 한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계단. 때마침 해가 지는 무렵이라 미끄럼방지를 위해 깔아놓은 쇠붙이에 빛이 들어와 층층이 반짝인다. 위를 향해 쭉 뻗어 있는 이 길은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처럼 보인다.

몽상에 빠져 골목길 계단을 보고 있는 순간, 내 옆을 스치듯 지나 힘없이 계단을 오르는 남자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들어왔다. 어깨가 축 처진 모습으로 집으로 향하는 남자에게선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졌다.

누군가에는 이 계단이 사랑하는 이와 손잡고 걸으며 추억을 새기거나, 귀여운 자녀들과 가위바위보 게임을 즐기는 놀이터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에는 힘든 일과를 마치고 자신을 반기는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며 올라가는 고단한 계단일 것이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묵묵히 내딛는 걸음 속에는 내일의 행복을 꿈꾸며 고달픈 오늘을 견디는 삶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노을빛에 계단의 명암이 더욱 대비된다. 어두움이 있어야 빛은 한층 찬란해진다. 반짝이는 ‘천국의 계단’ 끝에는 그가 소망했던 미래가 펼쳐지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부산 중구 보수동 한 골목에 있는 계단이 해가 질 무렵이면 미끄럼방지를 위해 깔아놓은 쇠붙이들이 층층이 반짝이며 마친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처럼 보인다
부산 중구 보수동 한 골목에 있는 계단이 해가 질 무렵이면 미끄럼방지를 위해 깔아놓은 쇠붙이들이 층층이 반짝이며 마친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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