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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기억] 오리엔트 특급, 마지막 기적소리

입력
2017.05.20 04:40

 

 터키 이스탄불에서 프랑스 칼레로 향하는 특급 호화 열차. 14명의 승객을 태운 열차가 폭설 때문에 정지한 채로 한 부호가 살해됐다. 아무도 열차를 빠져나가거나 들어올 수 없었고 승객들은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다. 범인은 누구일까. 손에 땀이 흐르는 동안 벨기에의 명탐정 ‘에르퀼 포와르’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찾아낸다.

  1977년 5월 20일, ‘꿈의 대륙횡단열차’라 불린 오리엔트 특급이 마지막 운행을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무대가 되었던 바로 그 열차다.

  1883년 처음 기적을 울린 후, 안락함과 호화로움의 대명사가 된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1930년대에 전성기를 맞아 파리를 출발해 런던, 로잔, 밀라노, 베오그라드, 소피아를 거쳐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약 3,000km를 숨가쁘게 내달렸다.

은은한 실내 음악과 고급 요리, 벨벳 휘장과 마호가니로 장식한 천장 등 고급 사교장 같은 시설은 숱한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지만 생명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철도운행은 쇠퇴하기 시작했고 열차를 공동 운영하던 기업들은 경영난이 가중되자 운행 중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40년 전 5월 20일, 마지막 열차 운행을 지켜보기 위해 파리 리옹 역에 운집한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출발한 오리엔트 특급은 6개국을 돌아 터키 이스탄불에 안착하며 기적소리를 멈췄다.

지금은 고속열차 테제베(TGV)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손용석 멀티미디어부장 stones@hankookilbo.com

파리-이스탄불 구간은 1977년이 마지막이었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1947년 운행을 재개한 오리엔트 특급은 2009년 12월에 다시 영원히 사라졌다.
파리-이스탄불 구간은 1977년이 마지막이었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1947년 운행을 재개한 오리엔트 특급은 2009년 12월에 다시 영원히 사라졌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살인'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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