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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서 러 장관ㆍ대사에 극비사항 유출”

입력
2017.05.16 17:04

동맹국이 확보한 후 美와 공유한

IS 테러 움직임 관련 내용인 듯

美 정보활동에 치명상 줄 수 있어

‘러 스캔들’ 관련 핵폭탄급 의혹

민주당 “용납할 수 없는 일” 비난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5일 백악관 앞에서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이 제기한 기밀 유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5일 백악관 앞에서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이 제기한 기밀 유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나면서 동맹국이 확보한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한 행동이 미국의 안보까지 위협한다는 비난이 이는 가운데,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 해임으로 불붙은 ‘트럼프-러시아 커넥션’ 의혹은 끝없이 확산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전ㆍ현직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라브로프 장관 등 러시아 정부 고위 관료들을 만나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모의 움직임에 관한 극비 사항을 유출했다고 보도했다. 여러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유출된 정보는 미국과 정보공유협정을 맺은 중동의 한 동맹국이 확보한 후 미국 측에 공유한 것으로, 극도로 민감해 다른 동맹국에는 세부 사항이 전해지지 않았으며 미 정부 내에서도 극소수에만 접근이 허용된 상태였다.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동맹과 공유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러시아 대사에 유출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의혹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의 정보활동 능력을 일순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핵폭탄급’ 사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밥 베어 전 중앙정보국(CIA) 정보요원은 “정보원이 누구든, 어디에 있든 그를 보호하는 것은 제1의 철칙”이라며 “만약 CIA 요원이 비슷한 일을 저질렀다면 즉각 해고될 사안”이라고 CNN에 밝혔다. 정보 제공 국가의 의사를 무시한 채 기밀을 공유함으로써 미 정보당국은 향후 중동 지역과 협력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단 지적이다. 또한 유출된 내용이 시리아 발 정보일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추가 정보를 파악해 시리아전에서 우세를 차지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료는 잠재적 피해를 봉합이라도 하려는 듯 회동 직후 CIA와 국가안보국(NSA)에 연락을 취했다고 WP는 전했다.

백악관 측은 보도 직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당시 회동에 동석했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함께 성명을 발표해 “대통령과 (러시아) 외무장관은 테러 조직에 의한 공통된 위협에 대해 논의했지만, 정보 소스나 획득 수단, 비공개 군사행동에 관한 정보 등은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며 보도 내용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정부 측도 “(미국의 언론보도는) 완전한 헛소리”라며 “반박이나 확인을 할 가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회는 이에 아랑곳 않고 격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코미 전 FBI 국장 해임 사태가 진화되기도 전에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면서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 스캔들이 블랙홀처럼 워싱턴 정가를 빨아들이는 모습이다. 상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버지니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기밀 제공 의혹이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미 정보당국의 뺨을 때린 것”이라며 “(정보) 소스와 취득 수단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의혹이 사실이라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내 모든 관료는 기밀 정보 유출 또는 폭로 시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대통령은 헌법 상 유일하게 기밀 취급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여론의 분노는 법적 책임과 무관하다. 시사잡지 더 애틀랜틱은 “트럼프의 행동이 불법이 아니라 해도, 합법적인 것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정보 유출이) 고의든 아니든 미국의 동맹 관계를 위태롭게 해 궁극적으로 국가 안보를 해칠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이날 오후 기준 트럼프의 지지율은 38%로 4월 1일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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