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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면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폭격기, BMW R nineT 스크램블러

입력
2017.05.07 08:00
알나인티 스크램블러는 이렇게 타야 제 맛이다. BMW 모터라드 제공
알나인티 스크램블러는 이렇게 타야 제 맛이다. BMW 모터라드 제공

최근 스크램블러 이상 열풍이 감지된다. 다들 ‘자유를 향한 일탈’을 부르짖는다. 미세먼지 따위는 아랑곳하지 말라고, 오히려 먼지를 풀풀 날리며 질주하라고 부추긴다. BMW 모토라드는 전통의 공랭 박서 엔진을 알나인티로 실컷 팔아놓고서는, 애초 한정판 가치를 버리고 다다익선으로 돌아섰다. 이제 알나인티는 스크램블러를 위시하여 레이서나 퓨어, 어반 GS라는 틈새 맞춤형 상품으로 거듭났다.

장시간 타면 허리가 살짝 아프지만 질주 재미에 빠진 라이더는 전혀 모를 것이다.
장시간 타면 허리가 살짝 아프지만 질주 재미에 빠진 라이더는 전혀 모를 것이다.

그래서 타봤다. 스크램블러라 불리는 모터사이클을! 이름에 걸맞게 스타일이 ‘죽여준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씹는 궐련 질겅거리다 불쑥 킥으로 시동을 건 뒤 누런 흙먼지를 휘날리며 폭풍 질주하는 마초의 이미지란 말이다. 곧바로 마음이 흔들리고 이내 불쑥 파장이 인다. 본디 두 바퀴란 게 사내의 로망 아니겠나? 실용성이야 혼다 커브 하나면 충분하지만, 제대로 달리려면 뭔가 상남자의 모터사이클이 필요하다. 심지어 스크램블러는 알나인티보다 가격마저 저렴하니 분명 중년의 사내들조차 “어디 나도 한번 타봐”라며 흔들릴 거다. 솔직히 ‘영건’이 넘보기에는 녹록하지 않은 가격이기도 하고.

알나인티 스크램블러의 가장 섹시한 앵글!
알나인티 스크램블러의 가장 섹시한 앵글!

음, 연료탱크는 알루미늄이 아니다. 원가절감이라지만 좋게 본다면 비닐 코팅된 지도를 연료탱크에 자석으로 떡 붙이기에는 철통이 낫다. 한층 넓힌 핸들 바에 내비게이션 거치대를 붙이자니 이건 뭐 ‘가오’ 빠지는 건 죽어도 싫으니까. 그래서 ‘길치’인 나는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몰래 켜고 인 이어로 들으면서 제대로 몰았다. 연료 탱크를 위시한 차체 컬러는 매트 모놀리스 메탈릭 스틸! 그럼, 남자가 ‘철’이지!

도립식 포크는 휠 트래블을 늘렸다. 고무 부츠는 전통의 산물!
도립식 포크는 휠 트래블을 늘렸다. 고무 부츠는 전통의 산물!

옵션은 기본 정도만! ABS와 ASC, 열선 그립? 평소 R1200 GS를 타는지라 확연히 비교되는 포지션이 낯설다. 신형 R1200 R의 뼈대에 구식 엔진을 얹고는 스프링 작동 범위를 늘린 정립식 앞 서스펜션을 썼다. 그러면서 포지션은 상체를 훅 세우고, 변속기 체인저는 살짝 빠진다. 시트 위치도 재조정했다. 자연스레 허리가 아파온다. R1200 GS를 탈 때는 강릉 찍고 서울로 돌아와도 편하기만 한데 스크램블러? 홍천을 지나 인제를 못 미치는 지점에서 허리가 빠질 듯 아파온다. 역설적으로 “나 원래 이런 놈이야. 스크램블러거든”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살짝 치켜 올린 머플러가 멋스럽다. 엔드 팁을 보면 금새라도 투투투툭 뭔가 튀어나갈 듯하다.
살짝 치켜 올린 머플러가 멋스럽다. 엔드 팁을 보면 금새라도 투투투툭 뭔가 튀어나갈 듯하다.

무엇보다 배기음이 좋다. 타악기 두들기는 고유의 음색은 알나인티와 살짝 톤을 달리했지만 여전하다. 애프터마켓 제품을 굳이 고수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머플러를 치켜들었다. 다행히도 하늘로 치켜 세우지는 않고 대지와 수평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세미 오프 타이어와 튜브리스 스포크 휠이다. 이거 은근 비싸니라.

석양에 휩싸인 알나인티 스크램블러! 적극 추천하는 남자의 기계다.
석양에 휩싸인 알나인티 스크램블러! 적극 추천하는 남자의 기계다.

황사가 물러가는 날, 한번 타보시라. 절대 후회 없을 모터사이클이니까.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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