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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미중관계에 어떤 영향 끼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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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6일 한미 양국이 전격적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절차에 돌입하자 곧바로 강력 반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대북 ‘중국 역할’요구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적극 응하면서 4월 한반도 위기를 한고비 넘도록 이끌었지만, 이처럼 한미가 중국의 공을 무시하듯 사드 장비를 한밤중에 배치하자 불만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일각에선 미중정상회담 이후 어렵게 유지되어온 미중간 친밀한 관계가 사드 배치로 인해 일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이 대북 강경 압박 기조에서 탈피, 어렵게 진정된 한반도 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의 반발은 예상대로 강도가 높았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취소 및 설비 철거를 요구하면서 “전략안보이익을 지키는 데 필요한 조치를 결연히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속도전을 ‘한국 대선 전 알박기’로 규정했다.
표면적으로 중국은 한미 양국의 이번 조치로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됐다. 그간 한국에는 최종 배치 여부를 차기 정부에 미룰 것을 요구해왔고, 이번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는 전례없는 대북 강경압박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춰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한미 양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어떤 식으로든 행동으로 옮길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시 주석까지 나서 반복적으로 사드 반대를 공식화했던 중국으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다. 당장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의 범위를 넓힐 것 같다. 북한의 추가도발 자제를 명분삼아 대북 압박을 다소 누그러뜨림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핵 공조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이날 상원의원 대상 브리핑을 통해 이른바 ‘압박 작전(pressure campaign)’으로 요약될 강경 대북 정책을 천명하고,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을 시험발사할 것이란 소식이 들리는 등 미국의 북한 옥죄기가 더욱 맹렬해지는 만큼 사드 배치로 중국과의 공조에 균열이 생긴다면 4월 위기보다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중국이 우여곡절 끝에 협력관계를 구축한 트럼프 정부와의 공조 틀을 흔드는 상황으로까지 내달리지는 않을 것이란 점도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대북 압박 공조가 무역ㆍ통상분야에서의 중국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미중 정상회담 후 북핵ㆍ통상 빅딜설이 기정사실화된 게 단적인 예다. 올 가을 시진핑 2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대내외에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전 세계를 ‘관리’한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할 필요성도 크다.
오히려 중국의 고민은 4월 위기를 극복한 이후의 한반도 문제 주도권 확보에 맞춰질 전망이다. 이날 관영매체들을 동원해 미국에 대북 당근책 제시를 요구한 것은 그간 자신들이 주장해온 제재ㆍ대화 병행 기조 속에 6자회담 재개로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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