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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하지만 누구나 서킷을 질주하는 레이서가 될 수 있다!

입력
2017.04.26 13:16

잊고 살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실현하다

1. 입문준비

나는 여우 같은 자식과 ‘도끼’ 같은 ‘마눌’님과 함께 가정의 평화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오늘만… 살고 있는 30대 중반 평범한 회사원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있듯 나는 어릴 적부터 빠르고 멋진 차를 ‘존나’ 좋아했다.

어릴 적, 스쿠프 터보와 티뷰론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며 자랐고, 20대 때는 수도권에 차 좋아하고 달린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자유로 휴게소와 유명산, 인천 북항에 천둥소리를 뽐내며 돌아 다녔다. 드래그에서 ‘따’이면 나라 잃은 슬픔을 꾹꾹 눌러 참으며 복수를 위해 샵 사장님께 조공을 올리며 ‘다음엔 꼭 이기게 해달라’고 ‘눈땡이’를 맞곤 했었다.

나는 기억한다 붙이면 차가 빨라진다는 마법에 스티커가 특별할인가 5만원 이었던 것을. ㅜㅜ (앞으로 리뷰를 통해 추억의 마법 아이템만 모아서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모여라 대한민국에 자랑스런 호구들아!)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버킷시트는 뜨끈한 열선시트가 되었고, 이제는 속도가 아닌 연비부터 계산하며 LPG 경차를 타고 출퇴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언덕에서 탄력이 잃지 않기 위해서 가끔 ‘풀~악셀’을 치는 그런 삶을. 어린 시절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는 있지만 나만의 시간은 가족과의 시간으로 남겨두어야 하고, 밤길 고갯길 와인딩은 가족의 걱정을 비롯해 함께 할 스트릿 친구들도 없어 끊긴지 오래다. (로코갤러리 지금도 라면 주나요?)

그래도 본능은 살아 있어 주말용 가족 차란 명목으로 고배기량 스포츠세단이 한 대 있지만, 그 시절 그 느낌이 아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똑같은 일상 속에 있을 때, 우리 팀 회사 동료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 걸린 사진을 봤다. 취미 활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과 작품 사진을 올려 놓은 걸 말이다. 호기심에 이렇게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시나 봐요?”

원래 그림을 좋아해서 취미로 하고 있고 가끔 주말에는 봉사활동으로 길거리 벽화도 그린다고 한다. 그 시간만큼은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즐겁고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된다고 말하는 걸 들으니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하고 싶은 거 다시 해볼까?’ 근데 요즘은 어떻게 하지..

처음에는 그냥 혼자 즐길 ‘머신’을 구하려는 목적으로 ‘마눌’님에게 동의를 얻었다. 처음에는 절대 불가를 외치던 그녀에게 그 동안 쌓은 ‘마눌리지’를 이용해 겨우 동의를 얻어냈다. 몇 가지 말도 안 되는 조건 과 함께

1. 안전한 곳에서만 탈 것

2. 차 탈 때는 가족과 함께 한다

3. 저렴하고 유지비 적은 안전 한 차로 구하기..

생각해보니 하지 말라는 말이네… 그렇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폭풍 검색 중 드디어 찾았다!! 100만원 미만 ‘썩다리차(X차)’로 즐기는 레이스를. ㅋㅋ

내용을 보니 참가자들이 10년 넘거나 현재 거래 되는 가격이 100만원 수준인 차량으로 즐기는 레이스 란다. 인터뷰 내용과 사진을 보니 3~50대 아저씨들과 할배들이 추억의 차들로 녹슨 휀다를 휘날리며 서킷에서 애마들을 학대하고 있었다. 구 아방이를 필두로 티뷰론, 엑센트, 베르나, 클릭, 투스카니, 그리고 88 호돌이 시절 엑셀까지.

순간 주마 등 처럼 옛 기억들이 떠올랐다. 논두렁은 깊고 외로운 곳이며, 강변북로 가드레일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게 해준 티뷰론 과 무사튜닝 투스카니. 마눌님이 여친 시절 데이트 도중 뜬금없이 여행 가자며 통영행 심야버스에 태운 뒤 PC방에서 계약서 쓰고 가져왔던 용인의 전설 엑센트 TGR, 원메이크의 창시자 클릭까지.

음 갑자기 머리가 막 잘 돌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앞으로 주말에 ‘가족 과 함께’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강원도로 여행가서 ‘안전한 서킷’ 에서 롤케이지 와 4점식 안전벨트가 지켜주는 이제 겨우 출시된 지 15년에 15만Km 정도 달린 ‘안전’ 하며 ‘저렴한 썩다리 차’ 로 안전 장구를 다 갖추고 다시 예전처럼 열심히(미친년처럼) 달릴 것이다.

2. 서킷용 차량을 구하고 정비하다

차를 구하기로 마음먹고 몇 가지 기준을 세우고 차종과 거래되는 시세를 찾아 보았다.

1. 배기량 2.0 미만에 수동 미션이 달린 차량

2. 부품값이 싸고 구하기가 쉬운 차량

3. 사고 유무를 떠나 탄탄한 차체를 갖춘 부식 없는 차량

4. 총비용 300만원 이하에 차량(차량+이전비+보험)

중고차 사이트와 클럽 투스카니, 이주넷, 투티터, 하이튜닝, SCF, 스사사, 명가재건,

클럽엑센트, NXD 등 과거 추억에 동호회 카페들에 간만에 접속해봤다. 없어진 동호회,

유령이 된 동호회, 몇몇 아직 남아 잇는 동호회도 있으나 예전 같지는 않은 상황을 보니

지금의 나의 차에 대한 식어버린 열정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몇몇 매물들을 비교해보니 오래된 차량들이라 중고차 딜러의 차량이나 개인 차량도 판매 가격은 50만원 이내였다. 고민을 하다 차종은 투스카니로 정했다, 위의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으며, 비교적 쌩쌩해 보이는 매물들이 많았다.

결정적으로 가장 많이 타봤고(소유 만 무려 9대 ㅎㅎ) 가격대도 거기서 거기라 2.7 델타 엔진에 6단 아이신 미션이 들어간 엘리사 모델과 2.0 모델을 고민하다 순정 및 튜닝부품이 더 구하기 쉽고 가격도 더 저렴한 2.0 베타엔진이 들어간 모델을 구매하기로 폭을 좁혔다.

폐차 직전의 30만원짜리 매물부터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 된 2002~2005년까지의 출시 당시 순정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차량들은 100만원 대 중반 정도의 시세에 거래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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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예상 정비비용이었다. 서킷에서 탈 수 있도록 필요한 정비 및 구매내역을 정리해봤다

케미컬 류(엔진/미션/파워 스티어링 오일 및 브레이크액, 부동액)

제동장치(앞/뒤 브레이크 패드 및 디스크), 서스펜션 (쇼바/스프링)

누유 수리(가스켓/리데나/호스 류), 벨트류 (타이밍, 겉벨트)

전기, 점화 장치(점화플러그, 케이블, 배터리 등) 타이어

서킷필수 장치(견인고리, 소화기)

구매 차량컨디션에 따라 ‘복불복’이지만 전체 다 교체한다고 했을 때 동네카센터 기준 120~150만원 정도가 예상이 되었다.

어차피 정비이력이 확실하지 않는 오래 된 차량들이라, 구매 후 전부교체를 생각하고 100만원 초반에 내. 외관 만 멀쩡한 차량을 구매하기로 마음 먹고 열심히 매물을 찾아 다녔다.

그러던 중 동호회 카페에 올라온 마음에 드는 매물 한 대를 보게 되었는데 부식 없는 차체에 모든 소모품류가 교체되었고 서킷을 위한 모든 세팅이 완료되어 있는 차량이었다.

그런데 큰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엔진이 망가져서 수리를 해야 하는 차량이었다. 차량가격은 150만원.

판매자와 통화 후 주말에 시간을 내어 차가 보관되어 있는 남양주 에 방문하여 차량을 보니 차주가 신경 쓴 흔적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먼지를 뒤집어 쓰고 구석에 서 있지만 엔진만 고쳐주면 다시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이 차량은 대한민국 튜닝샵이면 창고에 한 두개는 다 보관하고 있을 베타엔진 그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개량형이 들어간 모델이라 구하기가 쉬울 것 같았다. 역시나 오늘도 평화로울 ‘중고딩나라’를 찾아 샵에 보관 중이던 중고엔진을 배송료 포함 45만원에 구할 수 있었다.

기존 엔진에 장착된 신품급 부품들 (발전기/센서류/플러그/케이블/밸트)을 새 엔진에 이식하여 장착한 후 오일전문점에서 케미컬류를 전부 교환하는데 총 60만원이 들었다. (엔진 및 냉각라인 플러싱 2회씩 진행)

차를 인수하고 집에 오는데 엔진 고회전에서 기어변속이 안 된다. 아 놔~

미션 싱크로 고장.. ㅎㅎㅎㅎ 역시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다.

수소문하여 파주에 이제는 얼마 안남은 수동미션 전문업체에 연락하여 재생미션 확인 후 방문하여 순정 부품을 활용해 서킷용 튜닝미션으로 세팅을 했다 (라비타 종감속 기어(4.294) + 베르나 5단기어(0.78)로 장착.

이렇게만 작업해도 서킷에서 가속이 빨라지고 고속도로에서 연비운전이 가능해진다. 클러치 디스크는 동압판 상태가 90% 수준이라 그냥 재사용하기로 결정. 재생미션 장착 및 종감속/기어비 튜닝비용 : 45만원

차량 구매비용 : 150만원 + 이전비 : 15만원 + 정비비용 : 150만원

= 총 315만원 + (보험료 1년 : 40만원 자차보험포함)

변수 발생으로 예상보다 50만원 정도 예산이 오버했지만, 만족한다 이제 차는 준비됐다.

글 함승완(모클 서비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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