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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된 중고차로 원없이 달려, '언더100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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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가 100만원 이하의 자동차로 겨루는 ‘언더100 레이스’ 2017시즌 첫 경기가 지난 8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펼쳐졌다. 개막전 참가 대수는 무려 68대. 참가 대수가 20대에 불과했던 첫 해 첫 경기와 비교해보면, 단 3년 만에 3배가 넘게 늘어났다.
대회 타이틀은 언더100 레이스이지만, 정말 1백만원 이하의 자동차만 참가하지는 않는다. 자동차 감정가에 따른 제한은 유동적이다. 언더100 클래스 조차 희소성이나 프리미엄 등 특수한 사유로 100만원이 초과될 경우 운영진의 판단에 의해 참가 가능할 수도 있고, 베타 엔진 클래스와 델타 엔진 클래스는 참가 자동차 가격에 제한이 없다. 오히려 ‘나이’가 더 중요하다. 클래스 공통으로 차령 10년 이상 된 자동차만 출전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뒀다.
언더100 레이스는 중고차 시세 또는 보험가액 100만원 이하의 자동차만 참가 가능한 ‘언더100 클래스'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의 베타 엔진을 장착한 차량만 참가 가능한 ‘베타 엔진 클래스', 올해 신설된 ‘델타 엔진 클래스’, ‘언더100’ 차량과 ‘베타엔진’ 차량이 혼합된 ‘스프린트’까지 모두 4개의 클래스로 이루어져 있다.
언더100 레이스가 철저하게 참가 자동차의 가격을 제한하지 않아도 다른 아마추어 레이스 참가하는 차의 가격보다는 훨씬 적다. 자동차 구매비에 튜닝비까지 더해도 5백만원 이하인 차가 대부분이다. 개인 장비 구입 비용 역시 다른 경기에 비해 부담이 적다. 3개의 타임트라이얼 클래스는 헬멧과 장갑만 있으면 참가 가능하다. 단 스프린트는 더욱 엄격하게 규정이 적용된다. 한스와 슈트, 슈즈까지 모두 필요하다. 참가 차에 롤케이지도 필수다. 웬만한 아마추어 레이스와 규정이 비슷하다.
경기 참가 비용 부담이 적다 보니, 다양한 사연을 가진 참가자들이 출전한다. 오래된 차로 즐기는 레이스라고 해서 꼭 왕년을 그리워하는 ‘아재’들만 있는 건 아니다. 학창시절 꿈꾸던 드림카인 매그너스로 참가한 30대 청년, 첫 서킷 주행에서 차가 크게 망가지는 경험을 하고 값싼 차로 실컷 서킷을 질주하고 싶어 투스카니로 도전한 20대 청년까지. 물론 한때 레이서였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접었던 ‘아재’ 레이서들도 많다.
최인지(36) 씨는 매그너스로 언더100 클래스에 참가한다. 분명 매그너스는 직선에서도 코너에서도 빠르지 않다. 굳이 레이스를 하기에 적합한 차는 아니다. 그런데 기록은 꽤 빠른 편이다. 그에게 빠른 기록을 내는 비법을 물어봤다. 그는 “오늘만 탄다는 생각으로 탄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런데 정말 오늘 폐차하게 됐다. 경기 중 차가 섰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매그너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결국 인터뷰가 끝낼 때 즈음, “차가 섰을 때는 드디어 폐차할 때인가 싶었는데, 막상 또다시 보니 고쳐서 탈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매그너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과연 매그너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SM520으로 언더100 클래스에 출전한 이교범(33) 씨는 “이번이 세 번째 경기다. 처음엔 꼴찌였는데, 이번에는 중간 정도다. 상위권은 아니어도 기록이 좋아져서 기쁘다. 기록을 더 높이기 위해 아직 차에 더 투자하지는 않을 거다. 아직 드라이버가 노력해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더 있다"며, 기록을 줄이기 위해 차에 투자하기보다는 자신의 운전 실력 향상을 목표로 삼았다.
각자 나름의 사연과 애정이 있는 차 또는 남들이 안 될 거라고 하는 차로 좋은 기록을 내는 것에 보람과 자부심 마저 느끼는 풍경이다.
언더100 레이스는 유난히 동호회 정모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경기 안내 책자 속 선수 명단에는 ‘언더100레이스 네이버 카페’ 닉네임이 들어가 있다. 한두 번 참가하고, 카페에 글도 남기다 보면, 어느새 서로 인사하고 친해져 경기 틈틈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경기가 다 끝난 후에는 다 함께 옹기종기 바닥에 모여 앉아 시상식이 진행된다. 시상식 준비가 늦어져도 불평 하나 없다. 시상자가 아니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기다리고 축하해준다.
아쉬운 점은 중복 참가다. 타임 트라이얼 베타 엔진 클래스와 언더100 클래스 우승자가 스프린트 우승과 2위까지 중복으로 수상했다. 그저 자신의 서킷 기록 단축만을 위해서라면, 스포츠 주행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연히 비용도 더 적게 든다. 굳이 개인 장비까지 갖추고 레이스를 참가하는 이유는 남과 경쟁하고 포디움에 오르는 성취감을 맛보고 싶어서일 거다. 점점 언더100 레이스가 알려지면서 참가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 많은 사람에게 포디움 자리가 돌아가고, 처음 도전한 사람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경기가 되길 바란다.
2017 언더100 레이스 참가자 인터뷰 영상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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