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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실제로 움직이네요?” 나무로 만든 자동차와 중장비 미니어처

입력
2017.04.05 10:08
이명균 씨가 나무로 만든 현대 갤로퍼 밴. 그는 1990년대 실제 갤로퍼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오프로드를 즐겼다. 사진 출처: 이명균 씨 블로그(blog.naver.com/ds2nwa)
이명균 씨가 나무로 만든 현대 갤로퍼 밴. 그는 1990년대 실제 갤로퍼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오프로드를 즐겼다. 사진 출처: 이명균 씨 블로그(blog.naver.com/ds2nwa)

이명균 씨를 만난 건 정확히 2년 전 경기도 오산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였다.

복층으로 된 그곳엔 나무를 깎고 자르는 공구와 원목들이 가득했고, 한쪽엔 이명균 씨의 손을 거쳐 목공예 작품으로 태어난 중장비와 자동차 모형이 진열돼 있었다.

모형들은 꽤 정교하다. 실제로 움직이는 건 물론 굴착기에 달린 엔진은 스크롤까지 돌아간다. 차체 하부의 앞뒤 차축과 하우징, 디퍼렌셜 기어 케이스까지 완벽히 재현한 모형도 있다. 나무를 정교하게 깎아 바퀴의 홈을 만들고 실제 타이어처럼 보이기 위해 검은색으로 칠했다. 나머지 부분엔 나무의 질감과 색감을 그대로 살렸다. 차갑고 거친 느낌을 주는 중장비와 자동차를 나무의 따스함으로 재해석했다.

나무로 중장비와 자동차를 만드는 목공예가 이명균 씨. 그는 실제로 30년 가까이 중장비 기사로 일하고 있다
나무로 중장비와 자동차를 만드는 목공예가 이명균 씨. 그는 실제로 30년 가까이 중장비 기사로 일하고 있다

오랜만에 ‘제페토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변한 건 없었다. 그는 여전히 손에서 나무를 놓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인터뷰 문의도 많이 왔고, 더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지난해엔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최근엔 로더를 만들었다. 로더란 운반용 중장비로 굴착기가 파낸 흙이나 돌 혹은 철근이나 벌목한 나무 등을 옮길 때 사용한다. 그가 만든 나무 로더엔 유압 장치와 링크 등 장비의 특징을 나타내는 주요 부분들이 모두 표현됐다.

이명균 씨의 작업 방식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만들고 싶은 자동차나 중장비의 사진을 보고 이미지를 완벽히 소화한다. 1차 도면은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그 이미지를 화이트보드나 종이에 스케치한다. 그런 다음 나무를 자른다. 때론 정교함을 살리기 위해 온라인에서 도면을 구입하기도 한다.

이명균 씨가 최근에 만든 로더(위)와 굴착기(아래)
이명균 씨가 최근에 만든 로더(위)와 굴착기(아래)

이렇게 생생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데는 직업 덕이 크다. 이명균 씨는 30년 가까이 중장비 기사로 일하고 있다.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그 누구보다 기계의 구조와 원리, 디자인 등에 대해 잘 안다. 작품의 정교함은 그의 오랜 경험과 연륜에서 나온다.

작품들은 어디까지나 취미 활동일 뿐 판매는 하지 않는다. 그의 꿈은 더 크다. 나무 미니어처 같은 목공예도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고 싶다. 그리고 시장과 관심이 더 커졌을 때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는 그런 날을 꿈꾸며 지금도 작은 공방에서 꾸준히 나무를 깎고 있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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