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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딜레마를 안겨준 르노삼성 QM6

입력
2017.04.05 07:00
르노삼성이 경기도 고양과 파주를 오가는 전차종 시승회를 열었다. 최민관 기자
르노삼성이 경기도 고양과 파주를 오가는 전차종 시승회를 열었다. 최민관 기자

4월 4일 ‘2017 서울모터쇼’를 다시 찾았다. 기자가 모터쇼 전시장을 찾을 이유래야 ‘프레스데이’ 참관 정도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평소 궁금했던 연사들의 세미나를 듣기 위해서였고 마침 시승 행사도 열렸기 때문이다. 행사장은 킨텍스가 아닌 고양 엠블 호텔, 참석한 행사는 ‘서울모터쇼와 함께하는 르노삼성자동차 전차종 시승회’였다. 평소 르노삼성 QM6 4WD 모델의 감각이 무척 궁금했다. 제주에서 시승을 놓친 트위지도 내심 기대하기도 했고.

르노삼성 QM6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 르노 마케팅 3D커머스 제공
르노삼성 QM6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 르노 마케팅 3D커머스 제공

QM6가 궁금했던 이유는 여럿이다. 일단 외모부터 찬찬히 뜯어보고 싶었다. 예전에 앤서니 로 르노삼성 디자인 총괄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르노는 단순(simple)하고 감각적(sensual)이며 따뜻한(warm) 디자인 언어를 추구한다”며 “QM6는 SM6의 디자인 테마에 한층 강렬한 SUV 보디를 덧씌웠고, 르노가 해석하는 삶의 기쁨적 요소(사랑, 사람, 가족, 브랜드, 탐험, 아웃도어)를 담아낸 자동차”라고 덧붙였다. 앤서니 로 총괄은 엔지니어링에 바탕을 둔 디자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다. 그런데 난 아직 이런 근사한 차를 시승조차 한 적이 없으니 왜 아니 궁금할까!

르노삼성 QM6의 헤드램프. 눈매는 날카롭고 ㄷ 모양의 주간주행등 형상은 개성이 넘친다.
르노삼성 QM6의 헤드램프. 눈매는 날카롭고 ㄷ 모양의 주간주행등 형상은 개성이 넘친다.

두 번째는 나 역시 QM6의 명확한 타깃 고객이기 때문이다. 가족과의 주말 나들이가 잦고 너른 짐칸이 필요하며 연비 좋은 고속도로 주행용 자동차가 필요하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같은 미니밴이나 기아 카니발 R 9인승 숏 보디, 포드 익스플로러나 기아 쏘렌토 같은 모델이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SM5를 꽤 오래 신뢰하면서 탔던 기억이 있는 터라 QM6에 대한 호감도 또한 높다. 다음 차로 낙점했던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을 살 수조차 없는 지금 유력한 후보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궁금했던 건 디젤 엔진과 결합한 무단변속기(CVT)의 감각과 사륜구동의 성능이었다. 가족들이 주로 타겠지만 정작 운전할 사람은 내가 아니던가! 디자인과 쓰임새는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 주행 성능과 실내 거주성 위주로 체크하고 싶다.

시트 높이는 성인이 허리를 돌려 아주 편안하게 앉게 되는 최상의 위치다. 도어 스텝은 거추장스럽다.
시트 높이는 성인이 허리를 돌려 아주 편안하게 앉게 되는 최상의 위치다. 도어 스텝은 거추장스럽다.

일단 스티어링 휠의 감각이 근사하다. 반발력은 적당하고 회전반경도 나쁘지 않다. 살짝 묵직한 감각이 속도를 높여 달릴 때 무척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SUV 장르의 둔탁한 핸들링을 감안한다면 수준급 세팅이다. 파워트레인은 다소 아쉽다. 엔진의 토크는 분명하고 직설적이지만 무단변속기가 그 느낌을 일정 부분 덜어낸다. 엔진 소음은 꽤 크고 플로어를 통한 진동도 감지된다. 출발 직후 저속에서의 주행감이 꽤 이질적이다.

변속 충격이 거의 없고 일정 회전 영역을 지켜가며 꾸준하게 가속되는 무단변속기 특유의 감성이 분명했다. 오히려 자동차 전용도로의 제한시속에 이르면 아주 매끄럽게 가감속이 가능하다. 르노삼성은 왜 굳이 디젤 엔진에 무단변속기를 매칭했을까? 이전 모델인 QM5 디젤 4WD의 주행 감각을 흡족하게 여겼던 터라 내심 궁금해진다.

펜더는 플라스틱(프랑스 차에서 종종 발견되는)이다. 굵은 크롬 캐릭터 라인은 부담스럽다.
펜더는 플라스틱(프랑스 차에서 종종 발견되는)이다. 굵은 크롬 캐릭터 라인은 부담스럽다.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습관 때문일까?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보기 편하고 터치 인식도 빠르다. 화면은 상하로 나뉘어 내비게이션과 음악 선정을 동시에 누를 수 있는 식이다. 다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기능 버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시승차는 모든 옵션을 갖춘 모델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가령 온도조절을 ‘오토’에 놓고 타는 내게는 공조장치 다이얼 대신 오디오 물리 버튼을 배치했으면 한층 편했을 것이다.

르노삼성 QM6가 가장 근사하게 보이는 앵글이다. 볼륨 넘치고 대담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르노삼성 QM6가 가장 근사하게 보이는 앵글이다. 볼륨 넘치고 대담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이제 기사는 끝이다. 인정한다.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어버린 걸. 하지만 2시간 남짓의 짧은 주행에서 얻는 정보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날씨에 카메라도 없이 참석했던 인스턴트 시승의 탓으로 돌리겠다. 스스로 생겨난 딜레마도 없앨 겸 조만간 모터쇼가 끝나면 르노삼성에 공식적으로 요청해 제대로 체크해볼 생각이다. 기대했던 마음이 담담해지고 한결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공정하게 체크해볼 수 있을 테니까.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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