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된 위너 “남태현 탈퇴가 성장 계기됐다”

그룹 위너가 4인조로 팀을 재정비해 4일 미니 음반 '페이트 넘버 포'를 냈다. 지난해 남태현이 팀을 떠나고 난 뒤 낸 첫 음반이다. 멤버인 강승윤(오른쪽)은 "다시 데뷔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위너는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윈-후 이즈 넥스트’(2013)를 통해 가수로 데뷔했다. YG엔터테인먼먼트(YG) 연습생들이 노래와 춤, 랩 실력을 겨루며 시청자의 투표를 거쳐 5명이 데뷔의 꿈을 이뤘다. 우여곡절을 함께 겪은 만큼, 팀원들 사이가 돈독할 수밖에 없다. 그런 위너에 균열이 생겼다. 메인 보컬인 남태현이 YG와 전속 계약을 해지하면서 지난해 11월 팀을 떠났다. 강승윤 김진우 송민호 이승훈 네 멤버의 심정은 어땠을까. 4인조로 팀을 재편해 활동에 나선 위너를 4일 오전 서울 홍익대 인근, 그룹의 신작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위너콘셉트쇼룸에서 만나 솔직한 심정을 들었다. 위너는 이날 오후 4시 신곡 ‘릴리릴리’와 ‘풀’을 공개했다. 두 곡을 담은 미니 음반의 제목은 ‘페이트 넘버 포’(Fate Number For)다. 네 명의 새 출발을 운명처럼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고 했다.

-남태현이 떠나 충격이 컸을 텐데.

강승윤(강)=“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남태현이 공황장애로 팀을 떠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메인 보컬로 역할을 잘해주고 있었고 그의 빈 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하나란 걱정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고민만 하며 마냥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팬들을 더 기다리게 해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신곡 작업을 했다.”

-신곡을 4월 4일 오후 4시에 낸다. 미니 음반 제목도 ‘페이트 넘버 포’다. 넷이 됐다는 걸 많이 강조한 것 같다.

강=“남태현을 의도적으로 팀에서 지우려고 한 건 아니다. 우린 팬들이 만들어 준 그룹이다. 그래서 영어 숫자 ‘포’(4) 대신, 여러분을 위한다는 중의적인 의미로 ‘포’(For)를 썼다.”

-남태현이 떠나 음악적으로도 팀 내 변화가 불가피했겠다.

강=“(김)진우 형이 메인 보컬을 새로 맡았다. 한 사람이 떠났지만, 성장한 음악으로 팬들 앞에 서고 싶은 욕심이 컸다. 태현이의 공백이 위너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다. 우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서 데뷔해 원년 멤버의 빈자리가 안 느껴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태현이의 빈 자리를 채우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노력할 생각이다. 복귀할 때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다시 데뷔하는 기분이다. 정말 심기일전해 작업했다.”

김진우=“쉬는 기간에 보컬 수업을 받았다. 아무래도 불러야 할 보컬 파트가 많아졌으니까. 태현이와 목소리 톤이 다르고, 어떻게 내가 노래를 소화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룹 위너가 4일 오후 4시 신곡 '릴리릴리'와 '풀'을 공개했다. 지난해 2월 미니 음반 '엑시트: 이' 발매 후 1년 2개월 만이다. 남태현의 탈퇴로 팀을 재정비하면서 공백기가 길어졌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곡 ‘릴리릴리’의 멜로디가 독특하다.

강=“이국적이면서도 경쾌한 느낌이 강한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의 곡이다. 지난해부터 이 장르의 매력에 빠져 신곡에도 그 느낌을 살렸다. 리듬을 여유롭게 타는 비트가 ‘쿨’한 것 같아 꼭 해보고 싶었다. 장르적 특성에 맞게 가사도 ‘츤데레’(좋으면서 싫은척하는 것)처럼 표현했다. ‘널 사랑해’라고 쓰지 않고 ‘좋아해’라고 썼고, 속마음을 다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풀’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

강=“‘릴리릴리’가 풋풋한 사랑을 다뤄, 다른 노래는 정반대의 감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별을 주제로 ‘풀’을 썼다. ‘풀’은 ‘릴리릴리’와 달리 좀 성숙한 느낌을 주고 싶었고.”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시태그로 ‘#아주 칭찬해’를 달고 ‘풀’ 안무 영상을 올렸더라.

이승훈=“양 대표 프로듀서께서 내게 안무를 권유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내가 결승 무대 공연의 안무를 했는데, 그 무대 영상 링크를 보내주시면서 ‘이런 느낌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처음엔 투정을 좀 부렸다. 춤을 안 춘지 좀 오래돼서. 안무에도 예열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다행히도 그 감성이 어디 가진 않더라(웃음). 5시간 만에 춤 동작을 짰다. 카메라 동선을 고려하면서 안무를 하는 편이라 그런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양 대표 프로듀서께서 유행어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신다. 그래서 해시태그로 ‘#아주 칭찬해’를 쓰신 것 같다. 해시태그 ‘#444’도 달았던데, 이건 걸그룹 트와이스 ‘샤샤샤’를 패러디한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의 눈 높이를 맞추려 노력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봐 즐거웠다(웃음).”

-’릴리릴리’의 영어 제목은 ‘Really Really’다. ‘릴리 릴리’로 표기한 이유가 있나.

강=“‘리얼리 리얼리’라고 하면 노래할 때 좀 어색하지 않나. 그래서 ‘릴리릴리’라고 했다. 양 대표 프로듀서도 실제로 문자메시지 등을 보낼 때 ‘리얼리’를 ‘릴리’라고 써 우리에겐 친숙하다.”

4인조로 활동하게 된 그룹 위너의 이승훈(왼쪽부터), 강승윤, 송민호, 김진우.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송민호는 tvN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에서 ‘허당’ 이미지로 반전을 줬다.

송민호=“이전엔 Mnet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나 위너 활동으로 젊은 분들만 알아봐 줬는데, 이젠 어머니 세대도 친숙하게 다가오신다. 카페에서 낮에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한 어머니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사인을 해달라고 하시더라. 보통 ‘내 아들 혹은 딸이 팬’이라며 자식들 사인 대신 받아주는 분들이 많았는데, 놀랐다. 촬영할 땐 긴장을 많이 했는데, 제작진들이 편집을 통해 캐릭터를 부각해줘서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너무 긴장해 내가 어떻게 비쳐야 되겠다는 생각도 못 했다. 아, 그리고 방송에서 도전했다 처음에 실패한 ‘3단 줄넘기’는 원래 더 잘한다(웃음).”

강=“아는 사람만 아는 건데 민호가 사실 빈 틈이 많다. 그런 모습들이 방송에 나와 내심 기뻤다(웃음).”

-아이유가 ‘밤편지’로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봄이라 댄스 곡이 사랑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강=“음원 성적을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 ‘음원 깡패’라 불리는 분들이 워낙 신곡을 많이 내서. 위너란 그룹을 아직 낯설어하는 분들이 많아 미니 음반이 우리를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 신곡을 꾸준히 내 좀 더 자주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