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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히고 녹슨 세월호 우현 1073일만에 세상으로

입력
2017.03.2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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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6시20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부근 해상 수면 위로 심하게 녹이 슨 세월호 선체 우현이 드러났다. 해양수산부 제공
23일 오전 6시20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부근 해상 수면 위로 심하게 녹이 슨 세월호 선체 우현이 드러났다. 해양수산부 제공

23일 오전 6시20분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맹골수도 해상 수면 위로 세월호 선체 우현이 떠올랐다. 2014년 4월 16일 침몰한 지 1,073일 만에 물 밖으로 나온 세월호는 한눈에 봐도 녹이 심하게 슬어 있었다. 선체는 3년의 세월을 그대로 보여주듯 여기저기 부식되고 긁힌 흔적이 역력했다. 좌현으로 누운 채 잠겨있던 선체를 그대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수면에는 세월호의 오른쪽 측면이 가장 먼저 나타났다. 1·2층 화물칸인 파란색 하부와 3·4층 객실, 5층 조타실·객실이 있는 흰색 상부 등 세월호 우현의 전체 모습은 고스란히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원래 선체에 있던 'SEWOL'(세월)이라는 글씨는 확인할 수 없었다. 세월호 선체 주변엔 촘촘한 그물망 등도 보였다. 인양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미수습자나 구조물 유실을 막기 위해 잠수사들이 설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세월호 우현의 창문 250개와 출입구 42개 등도 볼 수 있었다. 물과 잔존유를 빼느라 배에 뚫었던 100여개의 구멍 중 일부도 확인됐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3시45분 세월호 구조물 일부가 육안으로 수면 위에서 처음 관측됐다. 22일 밤 8시50분 본인양 작업에 돌입한 지 7시간여 만이다.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는 본인양에 착수한 뒤 1시간에 3m 내외로 인양줄(와이어)을 끌어 당기는 작업을 밤새 이어갔다. 2시간 20분 뒤인 22일 오후 11시10분 세월호를 해저면에서 9m 위로 끌어올린 데 이어, 23일 오전 3시에는 선체를 해저면에서 18m까지 인양하는 등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사고 해역과 1.6㎞ 떨어진 배 위에서 인양 작업을 지켜보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TV 화면 등을 통해 이 모습을 보고 오열했다.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바닷속에서 녹슬은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인양단은 세월호를 들어올릴 때 미수습자 유실을 막기 위해 세월호 창에 유실방지망을 설치했다. 해수부제공=연합뉴스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바닷속에서 녹슬은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인양단은 세월호를 들어올릴 때 미수습자 유실을 막기 위해 세월호 창에 유실방지망을 설치했다. 해수부제공=연합뉴스

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은 “애들이 바로 저기에 있어요, 제발 빨리 찾아주세요”라고 외쳤다.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도 울음을 터뜨렸다. 일부는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몇 차례고 갑판에 나가 망원 카메라 렌즈로 인양 현장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일부는 인양이 무사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크게 안도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전7시 현재 수면에 드러난 세월호와 잭킹바지선 간 1차 고박(서로 묶어 고정하는) 작업을 위해 인부들이 세월호 선체에 올라갔다고 밝혔다. 오전 11시쯤이면 수면 위 13m까지 드러난 세월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진도=공동취재단ㆍ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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