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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어떻게 이런 연비가?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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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가 움직였다. 지난 1월 혼다는 국내 주력 모델인 어코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새롭게 출시했다. 이 차는 기존 3.5ℓ V6 엔진을 얹은 어코드 3.5를 갈음했다. 이로써 현재 어코드는 2.4ℓ 엔진이 장착된 어코드 2.4와 하이브리드 두 가지 라인업으로 재편성됐다.
혼다코리아는 10년 전 시빅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인사이트, CR-Z 등 그동안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에 선보였다. 하지만 높은 생산 단가와 소비자 인식 부족 등을 이유로 다른 브랜드들처럼 큰 주목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등장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어코드는 총 3,681대가 팔리면서 혼다 전체 판매량의 55%를 차지했다. 대부분은 2.4(93%)다. 3.5는 고작 241대에 불과하다. 그런데 하이브리드는 조금 다르다. 올해 지난 두 달 동안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241대가 팔렸다. 가격도 기존 3.5보다 600만원 더 비싼데도 3.5의 연간 판매량을 두 달 만에 갈아치웠다. 단순히 ‘신차 효과’일까? 운전대를 잡아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22.6㎞/ℓ, 엔진 단 세단 중 최고의 연비
실제 연비가 궁금했다. 3,540만원짜리 어코드 2.4 대신 4,320만원을 주고 이 차를 사는 이유는 연비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혼다가 밝힌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공인 도심 연비는 19.5㎞/ℓ다. 복합은 19.3㎞/ℓ, 고속에선 18.9 ㎞/ ℓ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는 도심 연비가 가장 좋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회생 제동으로 전력이 충전되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경기도 궁평항까지 달렸다. 시승 코스는 막히는 도시 도로와 뻥 뚫린 고속 도로가 적절하게 섞였다. ‘연비왕 선발 대회’에 나서는 운전자처럼 연비를 극도로 높이기 위해 유난은 떨지 않았다. 그저 도로교통법이 규정한 속도를 지키고 ‘스포츠 모드’ 버튼을 무시했다. 급가속과 급제동도 하지 않았다. 시승차엔 225 / 50R17 규격의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 타이어가 장착돼 있었다.
혼다 하이브리드의 핵심 기술은 전기모터에 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전기모터가 부드럽게 차를 밀어붙인다. 전기 토크의 흐름은 온화하고 차분하다. 혼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두 개의 전기 모터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2.1kg·m의 힘을 망설임 없이 내뿜는다. 제동을 서서히 가져갈 때마다 전기모터는 발전기가 되어 부족한 전기를 배터리에 채워 넣었다. 1.3kWh 리튬 이온 배터리 덕에 전기의 힘으로만 1㎞ 이상 달릴 수 있다.
전기가 힘에 부치면 혼다가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해 장착한 2.0ℓ 직렬 4기통 엔진에 불이 붙는다. 혼다 특유의 i-VTEC 밸브 제어 움직임이 느껴진다. 엔진은 깨어나자마자 바로 휠 구동에 간섭하기보다 발전기 동력원으로 쓰인다. 그러다 고속으로 달리면 팔을 걷어붙이고 본격적으로 힘을 쏟아낸다. 엔진이 합세한 시스템 최고출력은 215마력이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계기반에 있는 평균 연비를 확인했다. 22.6㎞/ℓ. 실제 체감한 연비는 예상보다 훌륭했다. 지난해 경험한 토요타 프리우스보단 끌어낼 수 있는 연비 잠재력이 낮지만, 프리우스는 토요타가 작정하고 만든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이 아닌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4기통 엔진을 단 세단이 발휘할 수 있는 현존 최고의 효율성을 보여주었다.
스포츠 모드는 있지만…
효율적인 주행을 위해 손 데지 않았던 ‘스포츠 모드’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이 버튼은 이 차가 가진 또 다른 잠재성을 암시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주된 구동력은 즉각적인 토크를 뿜어내는 전기모터에서 나오지 않던가? 아직 절정을 느끼지 못한 차는 꼬리를 흔들며 손가락을 ‘스포츠 모드’ 버튼으로 유혹했다. 확실하게 느끼기 위해 연비 절감 시스템인 ‘ECON’도 꺼버렸다.
전기모터 덕에 초반 가속력은 폭발적이다. 고속에 달했을 땐 전기모터가 바통을 엔진에 넘겨준다. 이때부터 엔진은 발전용 동력을 끊고 본격적으로 휠 구동에만 전념한다. 스포츠카처럼 화끈한 배기음은 없다. 다만 보닛 안에서 화가 단단히 난 엔진의 비명이 멀리서 그윽하게 들려온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엔진이 공조한 팀워크는 환상적이다. 스포티한 주행을 위한 출력은 매끄럽고 빠르게 뽑혀 나온다.
아쉬운 건 핸들링이다. 섀시와 스티어링이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꿀렁거린다. 혼다는 어코드 하이브리드 섀시 전체에 초고장력 강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플로어 브레이스 바를 추가해 골격을 강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스포티한 주행보다 안정감 있는 승차감에 더 유용해 보인다. 진폭 감응형 댐퍼 역시 스포츠 세단보단 일상에서 편안히 탈 수 있도록 세팅돼 있다. 노면의 상태에 대해 정확한 피드백을 느낄 수 없다.
고속 구간으로 들어서자 CVT 역시 어수선해진다. 엔진회전수와 속도의 합이 제대로 맞지 않고 아주 잠깐의 머뭇거림이 느껴진다.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편향되고 가벼워 중심을 잡기 어렵다. 언더스티어가 일어났을 때는 전자 장비가 개입되는 것을 느꼈으나 효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약 100㎞ 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스포츠 모드로만 주행하니 연비에서도 큰 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힘은 있지만 이를 온전하고 즐겁게 즐기려면 세심하고 익숙한 테크닉이 필요하다.
그 밖에 눈에 들어온 것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3g/㎞에 불과하다. 친환경 능력을 인정받아 구매 시 정부로부터 보조금 1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고,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취득세 등 최대 270만원 상당의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또한 제2종 저공해 차량으로 인증받아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용주차장 50% 할인, 서울 남산 터널 혼잡 통행료 면제(서울 전자태그 발부 등록 차량에 한함) 등의 다양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기존 어코드 3.5 V6 모델에 적용했던 안전과 편의사양도 대거 눈에 띈다. 운전석 메모리 시트와 조수석 4방향 파워시트, ECM 룸미러를 기본으로 달았다. 오른쪽으로 차선을 바꿀 때 사각 지역을 좀 더 명확히 보여주는 ‘레인 와치’와 전후방 주차 보조 센서 등의 안전 사양도 추가됐다.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디스플레이 오디오(DA)를 바탕으로 애플 카플레이, 아틀란 3D 내비게이션을 적용했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 원격 시동 장치 등 각종 편의 사양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이브리드 배터리 보증 기간은 10년/무제한 ㎞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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