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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기혼 반 미혼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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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 반 미혼 반 그렇게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였다. 그때는 나도 미혼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입장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라, 남편과 아이에게 시달리는 기혼 친구가 안쓰러워 보여도 “좋겠다, 너는 듬직한 남편도 있고!” 이런다거나, 혼자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TV를 보는 미혼 친구가 불쌍해 보여도 “야, 넌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하지 마. 쿨하게 혼자 살아.” 그렇게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눌 줄 알았다. 그러다가 사달이 난 건데, 한 친구의 말 때문이었다. “그래도 말야, 난 니들이 애는 하나씩 낳았음 좋겠어. 내 새끼 커서 니들처럼 혼자 사는 노인네들 부양하느라 세금 폭탄 맞을 거 생각하면 좀 그래. 내 새끼가 번 돈으로 생판 모르는 독거노인까지 먹여 살리는 건 억울하잖아.” 나는 사람들 많은 자리에서 발칵 화를 낸다거나 언성을 높이는 사람이 아니다. 누가 그러면 수습하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소심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날은 정말 불쾌했다. 웃기시네. 싱글들이 거지야? 빈대야? 니들이 키우는 아기들, 좋건 싫건 우리가 다 참아가면서 지켜주잖아.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니네 애들 안 키워? 우리가 그거 억울하다고 무상급식 반대해? 우리가 보육료 지원 반대해? 남편 있고 아내 있고 아이가 있는 가정이 정상이고 나머지는 다 비정상이야? 그런 촌스러운 생각이 어딨어? 니네 애들도 그렇게 촌스럽게 키울래? 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내 기혼친구들과 미혼친구들은 서로에게 절대 호의적이지 않으며 매너도 없으며 나도 매우 호전적인 여자로 느껴지긴 하지만 어쨌거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다 괜찮게 잘들 지낸다. 여전히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해주고 서로를 북돋워주면서 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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