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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강철 대사 추방… 다음단계는 단교?

입력
2017.03.0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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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외무부는 4일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에 대해 추방조치를 내리고 6일 오후 6시까지 말레이시아를 떠날 것으로 요구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4일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에 대해 추방조치를 내리고 6일 오후 6시까지 말레이시아를 떠날 것으로 요구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수사와 관련해 북한과 갈등을 빚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자국 주재 강철 북한대사를 추방키로 했다.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 파기(2일)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신속히 이뤄진 조치로, 말레이가 북한과의 단교를 향해 거침없이 달리는 모양새다. 말레이는 지난달 20일 북한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한 바 있어 이번 조치로 양국 외교 채널은 사실상 모두 닫히게 됐다.

아니파 아만 말레이 외무장관은 4일 성명을 내고 “강 대사에게 오후 6시까지 외무부로 와서 양자관계 사무차장을 면담하라고 했으나, 대사는 물론 대사관의 그 누구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라며 “이에 강철 대사를 ‘외교상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 해당 사실을 북한 대사관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 대사는 48시간 이내인 6일 오후 6시까지 말레이를 떠나야 한다.

사실상 북한과의 단교 직전 단계로 이뤄진 북한 대사의 추방 조치는 북한이 말레이 경찰의 김정남 사건 수사에 대해 연일 불만을 제기하면서 기폭된 것으로 보인다. 아니파 외무장관은 “대사 추방 등 북한에 대한 일련의 조치는 북한과의 관계 재검토의 일환”이라며 “말레이 정부에 대한 모욕과 명예 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대응을 강력 시사한 것이지만, 말레이가 지금까지 북한의 대응에 후속 반응만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 태도에 따라 단교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3일 석방 후 추방된 용의자 리정철이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의 북한 대사관에서 4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려다 직전 취소한 것도 이를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리정철은 이날 새벽 베이징 북한대사관 이동 직전 “말레이 경찰은 날조한 증거로 김정남 살해를 자백하라고 강요했다”고 말레이 정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말레이 여당(BN) 내에서 당과 북한과의 관계 재설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대북 강경 드라이브 배경으로 꼽힌다. 당내 말레이계를 대변하는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소속의 카이룰 아즈완 하룬 상원의원은 이날 “우리의 법과 주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며 "관계 기관은 북한과의 외교 관계가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일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김정남 피살의 객관적 배후 규명에 실패한 말레이가 김정남 시신을 유가족에게 돌려주기 위해 북한과 더욱 각을 세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지 한 소식통은 “북한이 시신까지 챙기게 될 경우 말레이의 처지는 더욱 곤란해질 것”이라며 “말레이가 유가족에 시신을 인도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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