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다 있는데 왜 나만 ‘고양이’ 없어?

입력
2017.03.02 13:36
경제적 여건이나 심리적 여유가 부족한 청년들에게 반려동물 키우기는 쉽지 않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제적 여건이나 심리적 여유가 부족한 청년들에게 반려동물 키우기는 쉽지 않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입사 2개월 된 직장인 박성리(27)씨의 별명은 ‘랜선 집사’다. 틈만 나면 온라인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서 ‘귀여운 고양이 계정 찾기’에 바쁜 그의 취미를 빗댄 별칭이다. ‘랜선 집사’란 인터넷 선을 의미하는 ‘랜선’과 고양이를 모시고 산다는 뜻에서의 ‘집사’가 합쳐진 신조어다. 박씨는 “실제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열심히 돈을 모아서 상황이 안정되면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싶다”고 토로했다.

500만 시대로 접어든 반려동물이 일부 계층에겐 부러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중화의 길에 들어서고 있지만 경제적 이유 등으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이들에겐 성공한 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면서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457만 가구로 500만 시대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1인 가구 등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선호하는 싱글족들도 늘어나면서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는 게 관련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취업준비생 등 사회진출을 앞둔 청년들에겐 반려동물은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취업준비생 최기철(28)씨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경제,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는 의미로 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최근 온라인에선 반려동물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나만 없어, 다른 사람들은 고양이(강아지) 다 있고 나만 없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

반려동물이 없음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유행어 '나만 고양이(강아지) 없어'가 새긴 티셔츠를 선물 받은 강보미씨(26)
반려동물이 없음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유행어 '나만 고양이(강아지) 없어'가 새긴 티셔츠를 선물 받은 강보미씨(26)

일부에선 당 내용을 담은 티셔츠를 제작하는 사람도 생겼다. 얼마 전 친구에게 ‘나만 고양이 없어’티셔츠를 선물 받았다는 직장인 강보미(26)씨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을 못한 상황이라 고양이가 없다”며 “고양이가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고양이 없는 걸로 놀림도 받았다”고 말했다.

마음은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기를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비용 문제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한달 평균 10~15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입양 비용이나 물품 구매까지 합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선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심리적 준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선 먼저 경제적 요건으로는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주거환경’과 ‘최소 10~15년을 함께 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나의 생활패턴이나 주거 환경을 생각해보고, 이에 맞게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고 조언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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