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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I am that I am.(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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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B다’를 수학에서는 ‘A=B’로 표시한다. 간단한 등식이라 이해가 쉽다. 그러나 언어에서는 이 등식이 상당히 복잡하다. ‘A is B’구조는 A와 B가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다는 의미 외에도 ‘결국 그게 그거다’라는 의미까지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면 여자들이 ‘Men are men’라고 말하거나 ‘Men will be men’라고 말하면 ‘남자는 남자다’라고 끝나버리는 말이 아니다. 그 속의 의미는 ‘남자는 다 마찬가지다’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초등생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가 ‘Boys will be boys’라고 말하는 것도 비슷한 예다. 사내아이들은 역시 사내아이들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Men are wolves?’의 경우는 어떨까? ‘A is B’구조이지만 해석이 분분해진다. 비유법 해석을 모두 수용하는 경우도 있고, 모두 수용하지 않는 양비론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모두 수용한 예로는 로미오가 줄리엣의 출신 가문을 두고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이라고 말한 것이 있다. ‘어떤 장미든 이름이 달라도 달콤한 향기가 나면 되는 게 아니냐’는 비유이다. 중국 등소평의 흑묘백묘(黑猫白猫) 또한 같은 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것’이라는 비유였다.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한 구조도 있다. ‘Rose is a rose is a rose is a rose’ 이 문장을 처음 봤을 땐 해괴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시인 Gertrude Stein이 1913년에 쓴 Sacred Emily에 나오는 구절이다. 첫 Rose는 사람 이름이며 ‘Rose라는 사람은 장미가 장미인 것처럼 하나의 장미다’로 의도한 뜻이었는데 나중엔 다듬어져 ‘A rose is a rose is a rose’버전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문장들은 사실 ‘I am that I am’(나는 나다) 문장을 확대한 것인데 보기에 따라 말장난(punning)처럼 들리기도 하고 해석만 복잡해질 뿐 기본 의미는 ‘Things are what they are’ ‘I am what I am’과 같은 것이다.
‘Be yourself’같은 문장 또한 사실 ‘You are yourself’라는 전제에서 나온 것인데 여기서 나아가 ‘Be who you are and say what you feel’(당신 스스로가 되어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라) ‘We are who we are’ ‘Believe in yourself’ 등으로 파생되어 쓰인다. ‘민주주의는 시끄럽다’는 지적에 대해 ‘That’s what democracy is all about’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 ‘Democracy is democracy’ 문장을 응용한 것일 뿐이다.
예를 들고 보니 쉬워 보였던 말이 갑자기 어렵게 느껴지고 간단한 구조가 괜스레 복잡해진 기분이 든다. 영국의 철학자 John Locke는 ‘Of Maxims’에서 ‘whatsoever is white is white’같은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장 속 John Locke의 철학, 사상적 의미를 이해하기는커녕 일반적 해석 조차 제법 어렵다. John Locke외에도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론이고 아퀴나스도 등 여러 철학자들도 이와 유사한 고찰을 했다. 그렇다면 철학자나 문인들이 이와 같은 응용 문장을 애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문장들을 사용했을 때 그 나름의 효과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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