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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연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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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짧은 소설을 한 편 썼다. 제목이 ‘연좌제’였다. 똑똑할 것도 없고 성실할 것도 없는, 평범한 여학생이 갑자기 빚더미에 올라앉은 어머니의 사연이 알려지며 여차저차 장학생으로 추천을 받아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었으나 어머니가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비난과 멸시를 견디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소설을 읽고 난 동기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제목 때문이었다. 연좌제란 알다시피,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고 처벌하는 제도다.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그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았을 주인공이 모진 풍파를 겪게 된 일을 나는 연좌제를 들어 이야기했고 몇몇 친구들은 너무 앞서간 황당한 비유라 일축했다. 지난 27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서 김평우 변호사가 연좌제 운운하며 떠들었다. 김 변호사는 13개 탄핵소추 사유 중 세월호 사건을 제외한 12개 사건은 대통령의 행위가 아니라 친구 최순실의 비리이므로 친구니까 책임져야 한다는 연대책임이론, 즉 이건 조선시대 연좌제라고 주장을 했단다. 기사를 읽고 나는 잠깐 멍해졌다. 이게 태극기 집회에 나온 어느 어르신의 말도 아니고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대리인단 변호사가 한 말이라니. 박 대통령과 최순실은 친구인가, 아니면 공범인가.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인가. 그것도 모른 채 이제껏 탄핵심판 변론을 해왔고, 국민들은 그들의 변론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고 있었단 말인가. 최소한의 품격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이 꼴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민망함과 허무함도 배려해주었으면 좋겠다. 어디다 대고 친구 타령이고 연좌제 타령인가 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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