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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For Spoken Grammar (구어체와 문어체의 문법 차이)

입력
2017.02.27 04:40

대화체 영어를 들으면 문법이 실종된 느낌을 받는다. ‘Nice work!’, ‘Looking good’, ‘Way to go(잘한다)’, ‘Super’, ‘Terrific’, ‘Bravo!’ 등을 보면 주어가 생략되고 관사가 빠지고 동사도 시제나 인칭을 생략했다. 이들 어구가 아무리 원어민들의 일상 대화체라 해도 문법학자가 보면 격노할 만큼 ‘비문법적’이다.

그러나 이들 표현 방식을 교과서나 전통 규칙에 따라 ‘주어+동사+보어’ 식으로 고쳐서 ‘A nice work!’, ‘It looks good’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하게 들린다. 구어체 영어는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 나름의 규칙을 따라야 말하는 언어답게 들린다.

구어체 어법(spoken grammar)은 비교적 최근 화두가 됐다. 1980년 이전까지는 ‘일상 영어’(spoken English)도 500년 전 문법 규칙에 따라 지적을 당했다. 하지만 고전 영어에서 강조한 ‘written grammar’도 사실상 영어를 위한 규칙이 아니었다. 로마시대에 쓰이던 라틴 문법은 상류층이 당시에 서민들의 언어를 비난하기 위해 규칙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 라틴 문법이 영어에 그대로 이식 돼 몇 백년 후에도 마치 영어의 강제 규칙처럼 인식돼 왔다. 1990년대 이후에 들어서면서 ‘구어체는 구어체 어법이 따로 있으므로 문장체 문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강해진 배경이다.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spoken English도 특징과 형태에 따라 여러 갈래로 세분화된다. Spoken English 분야에도 대화체 어법(conversational grammar)이 있고 강의나 연설 발표와 같은 구어체 어법(semi-spoken grammar)도 있으며 은어나 속어가 나오는 영어의 어법 연구도 나온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어가 일상이 됐다. 실시간 대화가 가능해져 구어체 이상의 축약과 생략 표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구어체 규칙이 정리되기도 전에 세상의 언어는 더 빠르게 진화하는 중이다.

전통 문법에서는 you know, I mean, oh, ah, actually, kind of, sort of 등에 관심을 두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일상 대화에서 이들 어구는 필수다. 이들 어구의 기능과 역할은 고전 문법으로는 강조된 적이 없다. 전통 문법학자가 ‘Can’t find my car keys.’ ‘You finished yet?’ 같은 문장을 보면 주어가 생략된 비정통 영어라고 지적했을 것이다. ‘What you looking for?’ 질문에는 ‘are’가 생략됐는데 편리성 측면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A friend of mine, his uncle has a taxi company.’는 혼란스러운 문장이다. ‘내 친구 중 하나, 그 친구 삼촌이 택시 회사 운영하는데’와 같은 문장이지만 구어체 영어의 영역에서는 이런 영어가 용인된다.

한국의 영어 교육에서는 ‘구어체 어법’ 연구가 부족하고 이를 가르치는 교재도 없다. 구어체에서 쓰이는 관용구를 번역하거나 소개하는 수준인데 구어체만의 특징과 표현 방식을 재정비하고 별도로 가르쳐야 할 일이다. 과거에는 입시 문법을 기초로 회화체 교재를 통해 구어 영어를 배워야 했지만 지금은 원어민들의 SNS 댓글이나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시대다. spoken English의 최고 교과서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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