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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친해지고 싶어서…” 포켓몬고 시작하는 아빠들

입력
2017.0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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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하며 유대감 회복

서울 종로 인근 회사를 다니는 김모(42)씨는 요즘 점심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회사 주변을 걸어 다닌다. 예전에는 인근 고궁 등이 산책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주로 높은 빌딩 사이를 누빈다. 목적은 하나. 지난달 24일 국내에 출시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의 아이템을 모으기 위해서다. 김씨는 “평소 나와 거리를 두던 아이들이 요즘 아빠만 보면 “포켓몬고 하러 나가자”고 손을 잡아 끈다”며 “아이템을 미리 모아둬야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웃었다.

포켓몬고 게임이 아이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아빠들이 덩달아 바빠졌다. 아빠들은 자신을 어색해하는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포켓몬고 게임을 활용하고 있다. 아이에게 휴대폰이 없는 경우 아이가 원하는 포켓몬을 아빠가 직접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국내에서 하나에 몇 만원씩 하는 포켓몬고 게임 액세서리를 사주는 아빠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강모(45)씨는 “얼마 전 스스로 설거지를 한 아이에게 보상으로 포켓몬고 아이템을 사줬다”며 “아이가 아빠에게 게임 이야기를 하며 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저녁 시간이나 주말 ‘포켓몬 성지’로 알려진 서울 보라매공원, 여의도공원, 올림픽공원 등에는 혼자 노는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보다는 아이와 함께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는 부모들이 더 많이 목격된다.

물론 포켓몬고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과 소홀하게 됐다는 푸념을 하는 이들도 있다. 시간적ㆍ경제적 여유가 되는 아빠들이나 가능한 얘기라는 것이다.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셋이 있는 직장인 김모(43)씨는 “아이들이 가끔 ‘다른 아빠들처럼 인기 포켓몬을 잡아달라’고 얘기하지만 바쁜 업무 탓에 아이들을 실망시키기 일쑤”라며 “게임을 모르니 주말에도 같이 놀아줄 수가 없어 전보다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가 신체활동을 함께 하면서 놀아줄 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며 “특히 아빠와의 심리적 거리가 먼 아이들과는 게임 이야기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유대감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휴일인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시민들이 포켓몬고 게임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휴일인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시민들이 포켓몬고 게임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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