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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불씨 살리기… 교육부 보조교재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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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카드로 무료 배포 꺼내
교육청ㆍ학운위 안 거치고
직접 희망학교 받아 논란 예고
문명고도 연구학교 철회 가능성
교장 “23일까지 시간 달라”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로부터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은 국정교과서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교육부가 ‘보조교재 형태의 무료 배포’를 택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자청한 곳이 전국에서 딱 1곳에 그친 것이 시도교육청 등의 비협조 때문이라고 보고, 교육부가 직접 희망 학교를 받아 보조교재로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보조교재 신청을 두고도 학교 현장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일 경북교육청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역사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활용할 연구학교로 경산 문명고를 지정했다고 밝혔다. 작년 9월 기준 전국의 중ㆍ고교는 총 5,564곳으로 이중 1학년에 역사ㆍ한국사 교과목을 편성해 연구학교 신청 대상인 학교는 총 1,762개교(중학교 100ㆍ고교 1,662)다. 신청 대상 중 딱 1곳, 0.06%만 연구학교로 지정된 것이다.
앞서 경북 영주시 경북항공고와 구미시 오상고도 신청서를 냈으나 학내반발 등으로 철회하거나 탈락했다. 교육부는 이달 말 교육부 및 문명고 관계자로 구성된 연구학교 담당자 협의회를 통해 운영계획을 세우고, 국정교과서를 활용한 학습방법을 개발하는 등 연구학교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명고 역시 20일에도 학부모와 학생의 연구학교 지정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 학교 김태동 교장은 이날 오후 학교 도서관에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교사 40여명을 모아 놓고 배경을 설명한 뒤 “23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국정교과서를 살리기 위한 ‘연구학교 카드’가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교육부는 ‘보조교재 카드’를 빼냈다. 연구학교 신청이 진보 교육감이 있는 시도교육청의 비협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외압 등에 따른 거라고 보고, 국정교과서를 원하는 학교에 무료 배포하겠다는 것이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여전히 국정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가 다수 있다”면서 “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교육부가 직접 수요를 파악해 원하는 학교에 국정교과서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내달 3일까지 신청서를 받아 같은 달 15일까지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학교 도서관에 국정교과서를 비치해 읽기 자료로 활용하거나, 수업 보조교재, 역사 동아리, 방과후학교 등의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교육부 생각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시도교육청을 거치지 않을뿐더러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승인이 없어도 되는 ‘꼼수’를 동원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모든 학생에게 일일이 나눠주면 학운위 승인 절차가 필요하지만, 특정 공간에 비치해 참고자료로 활용될 경우 승인 절차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향후 희망학교 신청 과정에서도 갈등이 재연될 우려가 높다. 서울 한 고교 교사는 “교육부의 신청 압력과 학부모, 학생들의 반대 속에서 입장을 정하기 매우 애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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