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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기억] “공천장 내놔”낙천 분풀이 폭력

입력
2017.02.18 04:40
2000년 2월 18일, 한나라당 김호일(왼쪽) 의원이 낙천 분풀이로 공천심사위를 마친 하순봉 사무총장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있다. 손용석기자 stones@hankookilbo.com
2000년 2월 18일, 한나라당 김호일(왼쪽) 의원이 낙천 분풀이로 공천심사위를 마친 하순봉 사무총장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있다. 손용석기자 stones@hankookilbo.com

16대 총선을 두 달 여 앞둔 2000년 2월 18일, 한나라당이 발칵 뒤집혔다. 그날 조간신문 1면의 헤드라인은 금요일의 공천학살이라 불린 ‘김윤환, 신상우, 이기택 공천탈락’이었다.

97년 대선에서 근소한 표차로 DJ에게 패한 이회창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중진 물갈이에 나섰다. 젊은 피 수혈이 명분이었다. TK와 민정계를 대표하던 허주(虛舟) 김윤환, 민주동호회를 이끌던 이기택, 그리고 YS 계보를 잇던 부산지역의 신상우와 김정수 등이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부글부글 끓기는 일반 지역구 탈락자도 마찬가지였다. 공천자를 확정하는 2월 18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는 낙천 의원들과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당무회의장 앞에는 마산 합포지역에서 탈락한 김호일 의원 등이 “하순봉 나와!”를 고래고래 외치며 문을 걷어찼다. 이회창 총재의 측근이던 하순봉 사무총장은 공천심사위의 핵심이었다.

잠시 후 뒷문이 열리고 하 총장의 모습이 보이자 거구의 김의원이 “이XX”를 외치며 달려들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경주가 시작됐다. 이윽고 계단 한 층을 뛰어올라 하 총장 앞으로 다가선 김 의원은 주먹질과 함께 목을 조르고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하 총장이 방으로 숨어 들어간 뒤에도 김 의원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댔다.

김윤환 이기택 등 중진들은 탈당 후 민주국민당을 만들었지만 2석으로 참패했고 133석을 얻은 한나라당의 승리로 16대 총선은 끝났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115석이었다.

한국정치계의 거목이었던 허주 김윤환은 2003년 사망했고 민주당에서 DJ에 맞서던 이기택도 2016년 세상을 떴다. 낙천 폭력 현장을 생생히 담은 연작 사진은 그 해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손용석 멀티미디어 부장 stones@hankookilbo.com

한나라당 김호일(왼쪽) 의원이 2000년 2월 18일 오후 당무회의 직후 서둘러 집무실로 향하는 하순봉 사무총장을 주먹과 발길길로 난타하고 있다. 김 의원이 청년당원의 제지를 뚫고 달아나는 하총장의 붙잡아 목을 조르고 왼손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한 뒤 (사진 가운데) 오른발로 사타구니를 걷어차고 있다. 손용석기자 stones@hankookilbo.com
한나라당 김호일(왼쪽) 의원이 2000년 2월 18일 오후 당무회의 직후 서둘러 집무실로 향하는 하순봉 사무총장을 주먹과 발길길로 난타하고 있다. 김 의원이 청년당원의 제지를 뚫고 달아나는 하총장의 붙잡아 목을 조르고 왼손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한 뒤 (사진 가운데) 오른발로 사타구니를 걷어차고 있다. 손용석기자 st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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