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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은 ‘나중에’? 문재인 페미니스트 선언 현장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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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자리에서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포럼현장에서 한 문 전 대표의 기조 연설 도중 여성 성소수자가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청중과 마찰이 빚어진 것이다. 여성 성소수자의 발언이 청중의 집단 외침과 박수소리에 묻히는 모습이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의 영상(바로보기)으로 퍼지면서 논쟁이 커지고 있다.
연설 도중 성소수자 발언에 ‘나중에’ 외친 청중
사건이 발생한 것은 기조 연설이 시작된 지 10분쯤 지날 무렵이었다. 당시 상황을 녹화한 다른 영상(바로보기)을 보면, 문 전 대표가 마지막 공약인 “넷째, 약자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한 직후, 한 여성 성소수자가 장내에서 일어나 “저는 여성입니다. 그리고 동성애자입니다”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가 “얼마 전 (문 전 대표가) 한기총에 가셔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고…”라고 말하자 문 전 대표는 이 여성 성소수자에게 “(연설을) 듣고 나서 말씀하시면 안될까요?”라고 물었다.
문 전 대표가 재차 “듣고 나서 질문해주십시오”라고 말했지만 이 여성은 “질문 하나만 드리겠다”며 입을 열었다. 장내가 조용해진 가운데 그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십니까?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제 평등권을 반반으로 자를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유력 대선후보시면 대답을 해주시란 말입니다. 왜 이 성평등 정책 안에 동성애자에 대한 성평등을 포함하지 못하시는 겁니까?”라고 외쳤다. 문 전대표가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릴게요”라고 답하자 장내의 일부 청중은 “나중에! 나중에!”라고 외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여성 성소수자가 목소리를 높여 “동성애자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확실하게 말씀해달라”고 외쳤지만 “나중에!”를 외치며 함께 울려 퍼진 박수소리에 파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행사 관계자가 그를 제지하기 위해 몸을 붙잡는 와중에 이 여성 성소수자는 문 전 대표에게서 몸을 돌려 청중을 바라보며 외치기도 했다. 약 1분여 간 이어진 “나중에” 박수는 사회자의 장내 정리와 문 전 대표의 “그래도 말씀하시는 게 목적일 것 아닙니까. 나중에 차분하게 말씀하십시다”는 말로 잦아들었다.
“성소수자 인권은 나중?” “과도한 해석” 맞붙어
온라인에서는 이날 소동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성소수자들의 인권은 ‘나중에’라는 것이냐”는 반응과 “지지자들의 ‘나중에!’ 외침은 ‘기조 연설이 끝난 후 발언 기회를 드리겠다’는 문 전 대표의 ‘나중에’의 취지와 동일한 의미의 발언인데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박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소수자면 기조 연설을 하는 와중에 막무가내로 끼어들어 발언해도 되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지난 13일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 회장과 정서영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을 만나 “동성애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최근 계속해서 성소수자들의 인권 현안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 데 대해 충분히 항의할 소지가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강혜숙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질문 시간에 발표에 앞서 “이런 자리에서 기습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자매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청중의 ‘나중에’는 다수의 횡포로 받아들일 여지”
차별금지법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전 대표가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참여정부 초기부터 차별금지법을 주요 과제로 밀어붙였는데 그 당시 사회적 합의가 지금보다 더 잘 돼 있었던 것도 아닌 상황이었다. 지금에야 갑자기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인데 아무런 설명이 없는 것은 너무나 부주의하다”며 “이 문제를 생존과 존엄의 문제로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큰 상처가 되는 일이다. 몰랐다고 하면 너무 무관심한 것이고 알고 그랬다면 이들을 그냥 버리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더욱 충격적인 것은 청중이 ‘나중에’를 외친 것”이라며 “행사진행요원과 사회자가 자제시킨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훨씬 더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고, 다수자의 횡포이자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문재인 전 대표 측에서 오히려 그런 ‘나중에’ 발언을 제지시켰다면 더 적절했을 것이라 보여진다. 청중끼리 대립하는 모습 자체가 차별 받는 소수자들의 상황 자체를 더 극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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