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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아재 같은 차, 르노삼성 SM3 1.5 d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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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놀랄지도 모르겠다. 폭스바겐발 디젤 엔진의 원죄가 아직도 생생한데다 오래 전 차체에 앞트임 성형술로 외모만 살짝 고친 듯한 SM3를 뽑았으니! 매끈한 차체에 시종일관 시원스레 달리는 크루즈와 두루 무난한 모범생 같은 현대 아반떼를 제쳐두고 사골 우려낸 친숙함을 추천하니 자동차 좀 안다는 사람치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는다면 이상할 듯하다.
사실 한국일보 모클팀의 취재차로 쓰는 아반떼는 너무 자주 보니 이제 꽤 익숙해졌다.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는 수동변속기를 단 아반떼 스포츠를 타보지 못해 아쉬울 뿐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기에 너무나 편안한 차다. 심지어 가격마저 합리적이니 베스트셀러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샛별처럼 떠오른 쉐보레 크루즈는 탄탄한 섀시가 인상적이었고 디자인 또한 근사하다. 성능은 딱 적당한 수준이며 고속 영역으로 치달을수록 몸놀림 또한 외모만큼이나 매끈해진다. 역시 합격점! 그런대 “왜 SM3, 그것도 디젤을 뽑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내 지갑사정을 살뜰하게 배려하는 죽마고우 같은 파트너는 SM3뿐이라서”라고. 자, 이제 선택 이유를 하나씩 늘어놓겠다.
소형차라고 쓰고 준중형차라고 읽는 장르의 미덕은 다름 아닌 경제성이다. 혜택 많은 경차는 싫고 소형차의 옹색함보다는 넉넉하게 타고 싶은데 중형차를 고르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속내 말이다. 평소에는 출퇴근에 쓰고 주말에 카시트 달고 교외라도 갈라치면 적당한 실내는 기본이다. 고성능 쿠페는 언감생심이지만 언덕에서 빌빌대는 출력만큼은 곤란하다. 뒷좌석에 앉아 앞좌석을 발로 차대는 장난꾸러기를 꾸짖는 인색한 아빠는 되기 싫다. 크림색 시트의 럭셔리 세단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얘기. 운전대는 가볍게 휙휙 돌아야 하고 서스펜션 느낌은 피곤하지 않게 가뿐해야 운전이 손쉽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주유소를 들락거리는 횟수가 잦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유는 곧 돈 아니던가?
르노삼성 SM3 1.5 dci는 이 모든 걸 단박에 만족시켜주는 기특한 효자다. 애써 계기판을 디지털로 바꾸거나 태풍의 눈을 그릴에 커다랗게 새겨두지 않아도 괜찮았을 거다. 르노삼성 특유의 내구성은 2010년형 SM5로 겪어봤으니 부품값이 살짝 비싼 것쯤은 감내할 수 있다. 시승을 하며 측정했던 구간 연비는 아반떼의 그것에 비해 거의 두 배에 이른다.
굽이친 길을 본격적으로 내달리고 싶은 욕망을 ‘원천봉쇄’하는 핸들링 성능은 가족을 위한 적극적인 안전장치로 임의 해석한다. “쯧쯧”이라고 애써 위로하지 않아도 괜찮다.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자동차 고유의 임무쯤은 153마력 휘발유 터보차저로 무장한 크루즈에 버금가도록 해낼 수 있으니까. 주행의 결은 다르지만 승객 넷을 태우고 언덕을 오를 때조차 스트레스 없는 성능을 보여주는 기특한 모델이니까. 고작 100마력 대 준중형차를 타며 성능 운운하고 싶지는 않거니와 실용성을 원하는 예비 구매자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다. 주유소에 들릴 때마다 슬쩍 미소 짓는 경험을 겪어봤다면 분명 수긍할 테지.
시승차는 2,110만원짜리 LE 트림이다. 스마트 카드 키와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프리미엄 오디오와 좌우 독립 풀 오토 에어컨 및 뒷좌석 송풍구가 기본이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쓰고 별 의미 없는 선루프와 전자식 브레이크 같은 장비는 과감히 버리고 65만원짜리 가죽시트 패키지만 고른다면 더 없이 실용적인 선택이 된다. 게트락 듀얼클러치와 르노의 디젤 엔진은 궁합이 좋았고 시장에서 검증된 파워트레인이라 믿을 수 있다.
한국일보 모클팀 기획에 대한 내 결론은 그렇다. 만약 가죽 시트가 기본인 2,286만원짜리 크루즈 LT 디럭스가 있었거나 2,198만원짜리 아반떼 스포츠(가죽&통풍시트 85만원)가 있었다면 선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하루 왕복 80km의 출퇴근거리에다 주말이면 통영이나 전주, 강릉을 오가는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한다면 준중형차 중에서는 SM3 1.5 dct를 쉽게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쯤에서 끝내면 그 아니 좋으랴! 실은 시승차에는 숨기고픈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당신이 체면치레를 중시한다면 “푸르륵 갈갈갈갈” 하는 엔진음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경음기를 누르지 않고도 소리만으로 골목길 인파가 갈라지는 ‘홍해의 기적’을 체험하는 걸로 위안 삼도록 하자. 첨언하자면 실내에서는 그리 거슬리지 않았다. 사실 엔진이란 게 오일만 잘 갈아주면 나직한 소리를 내지 않던가? 실제 관리에 능한 오너가 있다면 댓글을 부탁 드린다.
르노삼성 SM3 1.5 dCi LE 제원
기본 가격 1,995만원~2,110만원 길이 4,620㎜ 너비 1,810㎜ 높이 1,475㎜ 휠베이스 2,700㎜ 배기량 1,461㏄ 최고출력 110마력 최대토크 25.5㎏∙m 변속기 6단 듀얼 클러치 공차중량 1,305㎏ 복합연비 17.7㎞/ℓ CO₂ 배출량 109g/㎞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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