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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파견 검사들 '친정' 눈치... 우병우 수사 주춤

입력
2017.02.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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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우병우

롯데에 압수수색 정보 유출 등

검찰 대상 조사 불가피해 난색

변호사 출신과 종종 불협화음

우병우 소환도 거듭 미뤄 의구심

“결국 겉돌다 끝날 것” 전망도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를 놓고 박영수(65) 특별검사팀에 ‘미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특검에 파견된 현직 검사들이 우 전 수석을 압박할 만큼 수사에 박차를 가하길 주저하면서 변호사 출신 특별수사관 등과 ‘불협화음’이 더러 생긴다는 것이다. 핵심 의혹들에 대한 수사 진척이 더딘 데는 이런 속사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 참여 경력이 검사에겐 화려한 ‘스펙’이라서 치열하게 앞다퉈 특검 문을 두드린 현직 검사들. 그들이 정작 우 전 수석 관련 수사에 난색하며 주춤하는 배경은 뭘까.

우선 ‘친정’인 검찰과 법무부를 건드려야 한다는 심적 부담이 꼽힌다. 우 전 수석이 휩싸인 핵심 의혹인 롯데그룹 압수수색 등 대기업 관련 수사 정보 유출이 대표적이다. 수사 담당 검사와 정보가 보고된 법무부를 거쳐 민정수석실에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 수사해야 석연찮은 전말 파악이 가능한데, 특검은 아직 담당 검사와 법무부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2014년 세월호 수사 때 해경 상황실 압수수색 저지 등 수사 방해 ▦정윤회 국정개입 청와대 문건 검찰 수사 무마 의혹 등도 만만찮게 친정을 들쑤셔야 하는 난제다. 특검 관계자는 “아무래도 현직 검사들의 부담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특검 내부에선 검사가 아닌 특별수사관들 위주로 수사를 밀고 나가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다만, 일부 주요 의혹은 특검법상 명백히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어서 신중한 측면이 있다는 게 특검 측 설명이다.

이런 사정 탓인지 특검은 우 전 수석의 소환 조사를 거듭 미루고 있다. 수사기한 연장 실패 시 남은 날이 불과 18일이라 쫓기는 상황이지만 아직 우 전 수석과 소환 날짜 조율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10일 우 전 수석의 소환 여부에 대해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는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일 “조만간 소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답보다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우 전 수석 수사가 그만큼 껄끄럽다는 것으로 비쳐진다.

우 전 수석 수사가 주변부에 머물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실제 지금껏 특검은 우 전 수석 아들의 의경 ‘꽃보직’ 특혜와 가족회사 정강 관련 4억원대 횡령 등만 붙들고 있지, 정작 핵심인 국정농단 개입ㆍ방조 의혹은 드러난 성과가 없다. 일각에선 핵심 의혹은 결국 서울중앙지검에 떠넘길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특검도 우 전 수석의 10여개 의혹을 다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검찰 간부는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 수사를 밑에서부터 치고 들어가 잘 마무리했듯, 우병우 건도 법무부나 검찰, 민정수석실을 비슷한 방식으로 건드리면 될 텐데 현재 상황을 보면 제대로 안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국정조사 출석에 불응하는 우 전 수석을 잡으려 국민들이 현상금까지 내거는 등 전국민이 주목하고 있는데, 이것저것 너무 재다가 결국 허탕치면 지금까지 성과에 흠집을 남길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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