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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현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역사 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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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가 전국 중ㆍ고교 중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교육부 직속기관인 국립학교들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 여론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가 내놓은 국정 교과서의 초라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사실상의 ‘사망선고’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을 1년 유예하고 올해는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든 명맥을 이어보려는 고육지책이었다. 연구학교 지정 시 교원 승진 가산점과 1,000만원의 예산 지원까지 내걸었다. 반대하는 시도교육청에는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국립학교를 대상으로 간담회까지 가졌다. 하지만 이런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학교 현장으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당한 셈이다.
궁지에 몰린 교육부는 연구학교 신청기간을 5일 연장하는 비상조치를 취했으나 그런다고 얼마나 달라질지 의문이다. 일선 학교들을 압박할 시간을 벌자는 심산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은 지 오래다. 더 기막힌 건 기한 연장이 장관도 모르는 사이에 결정됐다는 사실이다.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8일 국회에서 의원들이 신청기간 연장 사실을 추궁하자 “공문을 보낸 줄 몰랐다”고 답했다. 교육부 담당부서가 장관도 모르게 공문을 보냈거나, 장관이 국회에 나와 거짓 답변을 했다는 얘기다. 되지도 않을 일을 억지로 추진하다 보니 파행과 변칙이 난무하는 것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미 부실교과서로 판명 났다. 이념적 편향이나 친일ㆍ독재 시비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허다한 역사적 사실 오류만으로도 ‘국정’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최종본을 발표하며 현장검토본의 오류 760건을 수정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최소 1,000건 이상을 고치고도 오류를 축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도 오류와 비문이 여전히 수두룩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이런 교과서를 일선 학교에 배포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정화를 강행해 온 교육부는 국가예산 44억원을 들여 함량 미달의 불량 국정 교과서를 제작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내부적으로 국정화 폐기를 검토했다가 청와대의 반대로 접은 바 있다. 일선 현장에서 ‘탄핵’당한 국정 교과서를 붙들고 있을수록 혼란은 더 커질 뿐이다. 엉터리 교과서로 미래세대를 가르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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