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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론 무시한 사실상의 국정교과서 강행, 국회가 제동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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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31일 중학교 역사ㆍ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최종본과 함께 검정교과서 새 집필 기준을 공개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번 새 학기부터 사용을 원하는 연구학교에 바로 보급되고, 내년부터 1년간 검정교과서와 혼용할 수 있다.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두 달 전 나온 현장 검토본에서 무려 760곳(중ㆍ고 합계)을 고친 것이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이른바 ‘국정’이 3년여 전 뉴라이트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 파동을 떠올리게 할 만큼 허술하게 편찬됐다는 게 우선 놀랍다.
의견 수렴을 거쳤다면서 현장검토본 공개 후 쏟아진 비판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빚은 부분에 커다란 변화가 없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임시정부 정통성 부정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표현이나, 분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왔던 박정희 정권 서술도 새마을운동 표현 일부를 고치는 것 외에는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이날 교과서와 함께 공개된 국정 편찬 심의위원 12명 중 성향이 알려진 학자 대부분은 보수 계열로 파악된다. 애초에 검정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잡겠다고 시작한 국정교과서 편찬이 결국 또 다른 편향이었을 뿐임을 일깨우고도 남는다.
교육부가 밝힌 대로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국정 도서 편찬 기준을 근간’으로 하는 검정 교과서 새 집필 기준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 건국절 논란과 관련, 개정 교육과정에서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쓰도록 해 국정에서 이를 따르면서, 이 두 기준에 근거한 검정 기준에서는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도 가능하도록 했다. ‘무늬만 검정 아니냐’는 여론을 의식한 변화일 뿐이어서, 검정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교육과정에 맞춰질 것이란 짐작이 기우로만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국정 도입 강행으로 멈춰 섰던 검정 교과서 개발 작업은 지금 시작해도 연말 검정을 통과하려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현실적 이유를 들어 이미 고교 검정 역사 교과서 출판사 가운데 교학사를 뺀 7개 출판사 집필자와 중학 검정교과서 필자 대부분이 집필 거부를 선언한 상태다.
현장 교사와 역사 학자, 학부모ㆍ학생들마저 우려해 왔고 연구학교 운영 등을 놓고 이미 다수 교육청이 반발한 국정교과서 도입과 그에 근거한 새 검정 집필 기준이 얼마나 지탱될지 의심스럽다. 여론의 비판과 정책 지속 가능성을 무시한 교육부의 폭주를 막을 길은 이제 국회밖에 없다. 야당의 발의로 국회 교문위를 통과한 ‘국정교과서 금지법’이 조속히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쳐 발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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