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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처럼… 미국은 프리우스의 왕국일까?

입력
2017.01.26 10:18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를 보면 미아(에마 스톤)와 서배스천(라이언 고슬링)이 한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서배스천은 그곳에 건반 연주를 하러 왔고, 미아는 손님으로 초대받아 왔다. 미아는 일을 마치고 파티장을 나서는 서배스천을 향해 발레파킹을 맡긴 자신의 차 키도 같이 찾아달라고 외친다. 서배스천이 차가 뭐냐고 묻자 미아는 “프리우스”라고 답한다. 키들이 걸려 있는 곳을 본 서배스천은 당황한다. 그곳엔 엄청나게 많은 프리우스의 키가 빽빽하게 걸려 있기 때문이다. 미아는 다시 말한다. “녹색 리본이 달린 키”라고.

파티장 키 보관함에 빼곡히 걸린 프리우스 키들.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 캡처
파티장 키 보관함에 빼곡히 걸린 프리우스 키들.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 캡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국엔 프리우스가 저렇게 많을까?’ 10년 전엔 그랬다. 극 중에서 서배스천과 미아가 만나는 시대적 배경은 정확히 정의되지 않았지만 미루어 보건대 2006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라라랜드’의 각본을 완성했을 때가 바로 이때이기 때문이다. 흥행작 ‘위플래시’보다 ‘라라랜드’의 각본을 먼저 썼지만 당시 신인이었던 그가 큰 규모의 뮤지컬 영화 연출을 하기엔 버거웠다. 그리고 극 중에서 서배스천과 미아가 리알토 극장에서 ‘이유 없는 반항’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리알토 극장은 2007년에 문을 닫았고 재개관을 계획 중이다.

그런데 극 중에서 현실적으로 안 맞는 시간 퍼즐 한 조각이 있긴 하다. 미아가 파리로 떠나고 5년 뒤, 그녀는 배우로 성공했다. 서배스천 역시 미아가 지어 준 이름대로 재즈바를 열었다. 서로의 꿈을 이룬 뒤 둘은 서배스천의 재즈바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다. 이때 미아의 차로 2015년형 볼보 V60 폴스타가 등장한다. 미아가 프리우스를 타던 시점에서 5년 뒤라면 2011년 정도가 적당하다.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에서 연인이 된 서배스천과 미아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에서 연인이 된 서배스천과 미아

둘의 러브 스토리가 한창 꽃피웠던 때, 다시 말해 미아가 프리우스를 타던 시점을 2006년으로 가정한다면 이때는 프리우스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씨는 2003년도에 태어난 2세대 모델이 당겼다. 전 세대보다 효율성이 향상됐고 디자인도 해치백 스타일로 다듬어졌다. 마침 기름값이 오르던 때라 연비 좋은 차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캘리포니아 주는 프리우스 구매자에게 2,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캐머런 디아스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도 너도나도 프리우스를 타며 홍보대사를 자청했다. 이어서 나온 3세대는 그 열풍을 잘 이어받았다. 파티장의 발레파킹 키 보관함에 프리우스가 빼곡히 걸려 있을 정도로.

극 중에서 미아가 타는 도요타 프리우스.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 캡처
극 중에서 미아가 타는 도요타 프리우스.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 캡처

하지만 상황은 변했다. 지난해 도요타는 미국에서 총 9만8,866대의 프리우스 라인업을 팔았다. 이는 전년보다 12.9% 감소한 수치다. 심지어 프리우스 V와 프리우스 C,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프리우스 프라임은 각각 47.4%, 46.7%, 40.8%씩 줄었다. 도요타는 올해 프리우스의 판매 목표를 7만5,000대로 지난해 판매량보다 적게 잡았다. 친환경주의자로 나섰던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젠 프리우스보다 테슬라를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원인으론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미국 내 지속되는 저유가 현상으로 연비가 높은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 미국의 자동차 매매 웹사이트 ‘오토 트레이더(Auto Trader)’의 미셸 크레브스 애널리스트는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 월드 리포트(Science World Report)’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모두 기름값이 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으론 하이브리드카 수요 감소를 설명하기 충분하지 않다. 여기엔 한 가지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젊은 층의 소비 심리가 변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엔 경기 회복으로 젊은 기혼자들이 늘고 있다. 가족이 생긴 이들은 넓고 편한 SUV나 픽업트럭을 선호한다. 리치먼드 대학교의 조지 호퍼 교수는 현재 미국 차의 60%는 트럭이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승용차 시장을 위협하는 잠재적 요소라고 말했다.

4세대 신형 프리우스. 도요타 제공
4세대 신형 프리우스. 도요타 제공

이에 대해 미국 도요타 홍보팀의 에런 파울즈는 “도요타는 언제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를 만든다”고 말하며, “현재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의 저유가를 기반으로 한 어떠한 정책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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