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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 없는 개혁ㆍ개방”… 자유무역 옹호자 자처하는 中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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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낮은 가격에만 있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입니다. 이젠 품질 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든 ‘메이드 인 차이나’가 훨씬 더 많이 팔릴 겁니다.”
지난 9일 상하이(上海) 푸동(浦東)지구의 와이가오차오(外高橋)보세구에서 만난 한 물류회사 사장 저우원저(周文澤)씨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하이얼ㆍ샤오미 등 유명 회사들과 중소업체들의 가전제품을 모두 취급한다는 후 사장은 “나도 가끔은 ‘이 정도 가격에 이런 제품이 있다니’ 하고 놀란다”며 웃었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45% 관세 부과 엄포 얘기를 꺼내자 그의 목소리가 금세 높아졌다. “미국 국민이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쓰겠다는데 그걸 대통령이 막는다면 소비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트럼프가 뭐라고 하든 결국 미국시장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건 우리 제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개혁ㆍ개방의 바로미터 상하이
세계화 후발주자인 중국이 최근에는 자유무역의 신봉자이자 전도사가 된 듯하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 등으로 지난 30여년간 지구촌 단일경제체제를 이끌어온 미국과 서유럽에서 보호무역주의 기류가 뚜렷해지면서다. 중국산 공산품이 기존의 가격뿐 아니라 일정 수준의 기술력까지 겸비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면서 세계의 생산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에겐 더 넓은 세계시장 진출이 여전한 지상과제다.
물론 여기엔 안방 문도 열어줘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이를 위한 중국의 선택이 바로 ‘자유무역시험구’다.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개혁ㆍ개방 수준이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세계의 물류창고’로 불리는 상하이(上海)를 시험무대로 그 폭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자유무역시험구는 상하이가 지난해 9월까지 3년간의 시범운용을 마쳤고 톈진(天津)ㆍ광둥(廣東)ㆍ푸젠(福建) 등 3곳에선 현재진행형이다. 또 충칭(重慶)과 저장(浙江)ㆍ랴오닝(遼寧) 등 7곳이 추가로 지정될 예정이다.
실제 1990년대 후반부터 ‘하루가 일년 같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눈부신 성장을 이어온 푸동지구의 자유무역시험구는 규모 자체가 서울 면적의 약 20%인 120.7㎢나 된다. 특히 와이가오차오 지구와 푸동공항 인근 지역은 흡사 컨테이너 바다처럼 보인다. 지난 3년간의 시범운용 기간 중 외자기업 6,700개를 포함해 3만5,000개 기업이 신설됐고, 지난해 상반기 교역액만 5,400억9,000만 위안(약 94조5,200억원)에 달한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데에는 ‘선 진입, 후 통관’ 제도 시행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통관 전에 화물을 먼저 들여오게 하고 해관(관세청)에서 통관 서류를 일괄처리토록 한 것이다. 일본에서 실리콘 반제품을 들여오는 쉬싱타오(徐星濤)씨는 “까다로운 통관 절차 생략으로 이전에 비해 최소한 일주일 이상 여유가 생겼다” 고 말했다.
향후 관건은 금융ㆍ서비스업 개방 폭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는 중장기적으로 전 세계 금융 중심지를 지향하고 있다. 출범 2년간 물류에 집중한 뒤 2015년 루자주이(陸家嘴) 금융특구 등을 포함시킨 이유다. 금융시장 개방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중국이 이 곳에서 사전연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외관상으로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 듯하다. 금융기관 설립을 신고제로 바꾸면서 지난해 9월 현재 은행 464곳을 포함해 금융기관 790곳이 설치됐다. 무역대금 결제를 비롯해 자본금 유입과 환전 등에 사용되는 자유무역계좌 거래액은 5,600억 위안(약 98조원)에 이르고, 지난해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편입되면서 위안화 결재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외화예금 이자율을 시장에 맡기고 해외직접투자 승인을 서류심사로 갈음하는 등 일부 혁신에 나섰지만, 외국인이나 해외자본투자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장벽은 여전하다. 애초 홍콩자본과 공동으로 금융중개업체를 차렸다가 지난해 파트너를 중국자본으로 바꿨다는 장모씨는 “금융 개방 폭이 중국 내에선 가장 높다지만 내외국인 차별 등 직간접적인 제약 요인이 많다”고 푸념했다.
전반적인 서비스시장 개방도 난제다. 전자상거래만 해도 중국인 명의의 중국자본 법인이 아니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의료ㆍ법률시장 개방 폭도 미흡하다는 비판이 많다. 외자기업 투자 자문역을 맡고 있는 링언페이(令銀倍) 변호사는 “상하이만 해도 외자기업의 절반은 홍콩과 대만기업이고 서방국가의 비중은 20% 남짓”이라며 “중국 개혁ㆍ개방의 성패는 결국 금융시장과 서비스업 개방의 폭과 수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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