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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종범 수첩에 포스코 임원 명단 빼곡… 박 대통령 인사개입 정황

입력
2017.01.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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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부분에 16명 이름 적혀 있어

安, 뒤쪽부터 대통령 지시 기재 습관

최순실ㆍ정호성 탄핵심판 불출석 밝혀

안종범(왼쪽서 두 번째) 전 정책조정수석이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꼼꼼하게 메모(노란색 원)를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안종범(왼쪽서 두 번째) 전 정책조정수석이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꼼꼼하게 메모(노란색 원)를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기록한 업무 수첩에 포스코그룹 주요 임원들의 명단이 빼곡히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수첩 작성 방식에 비춰, 박근혜 대통령이 포스코 임원 인사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정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압수한 안 전 수석의 업무용 포켓수첩 17권 가운데 한 권에는 2015년 12월 11일자로 ‘포스코’라는 글씨와 함께 이 회사 주요 보직을 맡은 전ㆍ현직 임원 16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당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포스코 비리 수사가 종결된 직후이며, 안 전 수석은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제수석으로 있었다. 이명박정부 때 누적된 비리가 낱낱이 드러난 포스코가 임원 물갈이 등 ‘쇄신 인사’를 검토하던 시기다.

주목할 대목은 포스코 임원 명단이 적힌 페이지가 해당 수첩의 거의 끝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안 전 수석은 수첩 앞쪽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을 적고, 박 대통령 지시사항은 맨 뒤쪽부터 ‘VIP’라는 제목 하에 기재하는 방식을 취했다. 포스코 임원 명단을 하나하나 적은 배경에 박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해당 부분에는 ‘VIP’ 표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이듬해 초 포스코 임원 인사와 관련해 모종의 지시를 내렸다고 보기에 충분한 정황인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특정인을 포스코 임원으로 내리꽂은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포스코는 2015년 9월 박 대통령의 선거 캠프 주변에서 활동했던 조모(60)씨를 마케팅실 전무로 채용했다. 이와 관련, 안 전 수석은 검찰에서 “대통령이 2015년 5월 ‘포스코도 홍보가 중요한데 유능한 인력이 있으니 포스코 회장한테 활용하도록 하라’고 지시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입사 후 지인들에게 “나는 안 전 수석과 권 회장의 ‘커넥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외압으로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지인들이 KT 임원으로 특채된 것과 유사한 일이 포스코에서도 반복된 셈이다.

특히 조씨는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한양대 동문이기도 해, 정윤회(62)씨나 최씨와의 친분설도 제기된다. 그는 최씨의 국정농단 파문이 본격화한 지난해 11월 16일 포스코에서 퇴사했다.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은 권 회장 선임에 최씨와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 등에 대한 수사의뢰를 최근 접수해 본격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한편 최씨는 이날 “탄핵심판 출석과 재판준비 관계로 조사에 응할 수 없다”며 특검 소환에 불응한 데 이어, 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증인신문에도 불출석 입장을 밝혔다. 정호성(4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도 이날 밤 헌재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정 전 비서관은 “(헌재의 증인신문이) 법원의 형사재판과 관련이 있고, 재판준비를 할 필요가 있어서 다른 기일을 잡게 되면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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