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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민족주의 캐나다, 反세계화 맞선 ‘최후 보루’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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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민족정체성 개념 희박
개방ㆍ다양성 중시하는 전통 바탕
이민자 포용ㆍ난민 수용 적극적
총리 “주류ㆍ핵심가치 등은 없다”
무슬림 경계 주장에도 문호 활짝
올해 건국 150주년을 맞는 캐나다가 ‘최후의 이민국’으로 서구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를 ‘최후의 자유주의 국가’로 표현했다. 캐나다는 또 탈민족주의(포스트내셔널)의 특징을 가진 유일한 나라로 반세계화 조류에 맞서는 마지막 보루로 평가받고 있다.
5일 찰스 포란 캐나다시민권재단(ICC) 대표는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에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표현인 “포스트내셔널(탈민족)”을 빌어 캐나다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캐나다의 개방성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캐나다는 경직된 민족정체성 개념이 희소하기에 국민들이 서로 다른 지역 출신 이민자와 어우러지는 다양성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캐나다는 전세계적인 ‘반세계화’흐름에 맞서 개인의 자유 이동과 자유무역 협정 확대를 지지한 국가였다. 캐나다 정부는 유럽연합(EU)과 한때 무산 위기까지 몰렸던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 체결에 성공했다. 난민 이주에도 적극적이어서, 시리아 난민의 특별 이민을 추진해 총 3만8,713명을 정착시켰다. 트뤼도 총리는 시리아 난민의 사연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하고, 2015년 말 직접 공항으로 나가 시리아 난민을 영접하기도 했다.
트뤼도의 개방정책에도 시민들은 거부감이 적다. 개방과 다양성은 캐나다의 오랜 전통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드러나는 ‘미국성’이나 영국의 브렉시티어(EU 탈퇴파)들이 보이는 ‘영국성’같은 민족성을 향한 갈망이 캐나다엔 없다. 트뤼도 총리는 뉴욕타임스와의 2015년 인터뷰에서 “캐나다에는 주류나 핵심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인은 ‘다른 정체성을 지닌 캐나다인’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역사학자 피터 러셀은 캐나다인의 민족정체성이 희소한 원인을 역사에서 찾는다. 애초 캐나다 자체가 오랜 영국의 식민지로 1867년에 독립주권을 얻었지만 그로부터 1세기 가까이 영국 국기를 흔들고 영국 국가를 불렀다. 프랑스 출신 이민 공동체인 퀘벡주나 북부 원주민인 이누이트를 캐나다로 편입하면서 충돌도 있었지만 결국 이들의 독립성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출생률 저하와 급격한 고령화 현상이 자연 경제성장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메우기 위해 캐나다는 이민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전체 인구 증가의 3분의2를 이민에 기대고 있다. 2030년부터는 인구 증가를 전적으로 이민에 의지해야 한다.
물론 캐나다의 현실적 조건도 이민자를 수용하기에 유리하다. 미국이라는 강력한 우방이 남쪽 국경을 지탱하고 있어 외침의 위협이 적고, 여전히 방대한 미개척지와 풍부한 지하자원이 남아 있다. 체계적인 이민정책도 신뢰를 얻고 있다. 연방정부가 매년 거주자의 가족, 난민과 인도주의적 이민자, 경제적 이민자의 비중을 필요 부문별ㆍ지역별로 일정하게 할당해 조절한다. 엄격한 이민심사도 유명하다.
최근 급증한 국제적 테러로 인해 캐나다에서도 보수당을 중심으로 무슬림 테러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신규 이민자 수가 역대 최고 기록인 32만명을 돌파했음에도 영주권을 지닌 국민의 85%는 이민자의 시민권 획득을 지지하고 있다. 캐나다의 개방성은 반세계화ㆍ보호주의가 두드러질 2017년에도 전 세계 이민자의 시선을 잡아 끌 전망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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