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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재산’ 최순실, 자진귀국은 꼼수?

입력
2016.12.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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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선 최대 무기징역, 재산몰수

형량 유불리 따진 후 자진 귀국 택한 듯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0월 3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0월 3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와 최씨 조력자들이 독일을 비롯한 유럽 4개국에서 수조원대의 천문학적 재산을 보유한 정황이 독일 검찰에 포착됐는데도 최씨가 자진 귀국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사회적 비난과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거액의 재산을 해외에 놔두고 귀국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최씨는 한국에서 검찰 및 특검 수사를 거쳐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독일에 머무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해 자진 귀국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특검 인계 전에 박근혜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등 11개 혐의로 최씨를 구속기소했다. 대통령과의 공모 부분은 재판과정에서 다툴 만한 충분한 소지가 있고 재판부가 최씨 혐의를 모두 인정해도 독일에서 형사처벌 받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씨 입장에선 몇 년만 옥살이를 하고 나서 독일로 건너가 쌓아둔 재산을 관리하면 된다”고 분석했다.

독일 검찰은 삼성 측이 지난해 9월부터 최씨와 딸 정유라씨의 독일 회사 코레스포츠 인터내셔널(비덱스포츠의 전신)에 보낸 280만유로(한화 37억여원)의 흐름을 살펴보다가 최씨의 차명 보유 페이퍼컴퍼니들이 무더기로 존재하는 사실을 알아챘다. 독일 형법에 따르면 자금세탁은 최대 징역 10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특히 최씨 모녀와 조력자들이 범죄조직을 결성한 것으로 봐서 ‘불법마약거래 및 기타 조직범죄의 방지를 위한 법률’이나 ‘범죄방지를 위한 법률’ 같은 특별법까지 적용하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독일 사정당국은 최씨 모녀를 중요 범죄자 블랙리스트에 올렸기 때문에, 최씨 혐의가 최종 확정되면 최씨의 해외재산이 모두 몰수될 가능성도 있다. 최씨가 이러한 상황을 현지 조력자들을 통해 파악한 후 한국과 독일 양국의 법 체계를 비교해 형량이 가볍게 나올 수 있는 한국행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독일과 한국 모두 ‘일사부재리의 원칙’(一事不再理原則ㆍ 판결이 확정되면 같은 사건에 관해 다시 공소의 제기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형이 확정되면 독일에선 처벌을 피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최씨가 차명재산을 은닉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간을 벌기 위해 귀국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정씨가 함께 귀국하지 않은 것도 현지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정씨에게 차명재산을 빼돌리도록 하고 자신은 고초를 겪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어 정씨의 귀국을 늦추려 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국정농단 혐의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이 높은 시기에 귀국해 수사에 응했고, 귀국 직후 검찰에 출석해서도 “죽을 죄를 지었다”고 울먹였다. 하지만 지난 19일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씨 일당의 차명재산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특검이 재산형성 과정을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한 만큼 최씨의 꼼수는 수포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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