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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ㆍ대작 논란 꼬리를 물다… 김환기 작품은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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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문화계 결산<1> 미술
지난 한 해 국내 미술계는 유명 작가의 위작, 대작 논란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작가가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며 절필선언까지 했던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25년의 공방 끝에 검찰에서 결국 진품으로 결론이 났다. 이우환 화백 위작 문제는 경찰이 위조범 등을 붙잡아 오래 전부터 화랑가에 떠돌던 소문을 사실로 확인했다. 하지만 작가는 그 작품들을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완결되지 않았다.
‘화투 그림’으로 알려진 가수 조영남은 다른 화가에게 수고비를 주고 그리게 한 그림을 판매해 1억 6,000여 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으로 ‘작가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 대한 의문을 던지며 ‘대작’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정부가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계를 찍어 누르는 사이, 미술계 안에서는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경기 침체와 정치 불안으로 미술시장에도 찬바람이 불었지만 김환기 화백의 작품은 경매에서 매번 최고가를 경신하며 주목 받았다.
끝나지 않은 천경자ㆍ이우환 논란
검찰이 19일 진품 결론을 내린 ‘미인도’는 1991년부터 진위 시비가 있다 지난해 천 화백 타계와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인처럼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유족측은 지난 4월 이 작품을 소장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사자명예훼손 및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유전자(DNA) 분석과 필적 감정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유족측은 프랑스 미술품 감정기관인 뤼미에르가 테크놀로지의 감정 참여를 요청했고, 방한한 이 연구팀은 “진품일 확률은 0.0002%”이라며 위작 결론을 내렸었다.
이우환 화백 위작의 경우 서울 인사동 일부 화랑을 통해 위작이 유통된다는 정보를 토대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해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K옥션 경매에서 약 5억에 낙찰된 작품 ‘점으로부터 No.780217’ 등 13점에 대해 지난 6월 위작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화백은 그 직후 귀국해 위작 의혹이 제기된 작품 13점을 직접 살펴본 뒤 “모두 진품”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논란은 진행형이 되어 버렸다. 경찰은 이 화백 작품 55점을 위조ㆍ유통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현모씨 등과는 별개로 같은 혐의로 최근 33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김모씨 등도 구속 기소했다.
위작 문제가 계속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월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 대책’을 대응책으로 내놓았다. 이 방안에는 미술품 위작을 전문으로 판별하는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 신설, 유통업자의 미술품 이력 관리 및 작품 보증서 발급 의무 등이 포함됐고, 당초 거론되던 화랑ㆍ경매ㆍ감정 겸업을 금지는 미술계의 부정적인 여론으로 제외됐다.
지난 5월에는 가수 조영남(71)이 ‘대작(代作)’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미술계를 뒤흔들었다. 그는 대작 화가 2명으로부터 건네 받은 작품 20여 점을 자신의 그림으로 속여 판매해 약 1억 6,000만원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행위를 “미술계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미술계 반응은 분분했다. 미술 단체 등은 “명백한 사기이자 미술계에 대한 모독”이라며 고소장을 냈지만, “컨셉트를 조영남이 제공했다면 대작으로 볼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재판부는 이달 말 조영남을 상대로 피고인 신문을 한 뒤 재판을 마무리한다.
블랙리스트ㆍ성추행 등 문제 잇따라
청와대가 작성하고 문체부가 지원 배제 등으로 실행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는 미술인도 적지 않았다. 리스트에 포함된 예술인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텐트촌을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였다. 지난 12일에는 문화예술계 12개 단체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9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도 했다.
미술계 내부에서는 웹툰 작가 이자혜의 미성년자 성폭행 모의ㆍ방조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함영준 전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한 대학생의 글이 게재된 이후 ‘#미술계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비슷한 사례가 속속 게시됐다. 일부 피해 여성은 그가 근무했던 일민미술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어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함께 술을 마신 여성 작가에게 기획전 참여를 미끼로 던지며 억지로 입을 맞췄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런 시름 속에서 김환기(1913~1974) 화백은 건재를 과시했다. 경매에 나온 작품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한국 근현대 부문 작품 최고가 5위는 모두 그가 차지했다. 서울옥션이 지난달 홍콩에서 개최한 ‘제20회 서울옥션 홍콩세일’에서는 김 화백의 노란색 전면 점화 작품 ‘12-V-70 #172’(1970)가 치열한 경합 끝에 추정가를 훌쩍 뛰어넘는 63억 3,000만원(홍콩달러 4,150만)에 낙찰돼 지난 6월 K옥션 여름경매에서 54억원에 낙찰된 작품 ‘무제 27-VII-72 #228’(1972)을 넘어섰다. 김환기의 대표작 중 희소한 축에 드는 이 노란색 전면 점화는 200호 사이즈의 대작으로 그의 작품세계가 절정에 이르렀다 평가 받는 ‘뉴욕시대’에 그려졌다.
이밖에도 국내외 미술품 경매 최고가는 김환기가 휩쓸었다. 역대 경매가 3위는 4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48억 7,000만원에 낙찰된 김 화백의 ‘무제(Untitled)’(1970), 4위도 지난해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47억 2,1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 ‘19-Ⅶ-71 #209’(1971), 5위 역시 지난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45억 5,900만원에 낙찰된 김 화백의 ‘무제 3-V-71 #203’(1971)이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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