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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칼럼] 촛불 시민혁명을 완성하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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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권한대행 여야와의 협치에 나서야
민심은 낡은 정경유착의 청산을 요구
정치권, 비전과 정책 경쟁으로 답해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재적 국회의원 78%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필자는 중립내각 구성→하야→조기대선이라는 질서 있는 퇴진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국정공백 타개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자신의 중대한 잘못을 끝내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에게 이런 합리적 결자해지를 요구했던 것이 오히려 비합리적인 생각이었을지 모르겠다. 결국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탄핵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탄핵소추는 동시에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한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다. 먼저, 국회의 탄핵 청구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지 또는 기각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또 헌법재판소의 판결 시점도 불확실하다. 이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헌법재판소가 빠른 시일 안에 판결일이라도 공표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리하면 예상 판결일을 기준으로 많은 정치적·행정적 일정의 윤곽을 잡을 수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역시 불안하다. 그가 야당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으로부터도 사실상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봐야 해서 운신의 폭이 좀처럼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황 권한대행의 임무는 막중하다. 사실상 막이 오른 대통령 선거를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엄중한 경제와 외교, 안보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속히 여야 정치 지도자와 만나서 자신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 엄중한 경제와 외교·안보 문제를 푸는 첫 단추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며, 이는 황 권한대행이 여야와의 협치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탄핵소추라는 새로운 출발의 성패는 결국 정치권에 달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좌절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기도 하다. 국민은 정경유착과 재벌중심의 낡은 체제의 틀을 바꾸는 ‘명예혁명’의 완성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사회를 어떤 그릇에 담아낼 것인지, 또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를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은 제시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런 비전과 구체적 정책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언론과 지식인들이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재벌 총수들의 청문회와 비선실세 게이트는 앞으로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고, 흙수저·헬조선이라는 자조와 경제적 파탄으로 인한 분노는 다음 정권을 향하게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떻게 날지 예단할 수는 없으나, 일단 인용을 전제로 이런 정치적·정책적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인용 후 60일 안에 대선이 치러져야 하고, 정권 인수 과정 없이 새 대통령의 임기가 곧장 시작되기 때문이다. 기각 시에는 정치적 후폭풍을 짐작하기도 어렵지만, 그 경우는 그때부터 새롭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런 불확실성이 우리 정치 및 정당 문화가 한 단계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대통령 선거 직후 새 정부가 제대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정당 중심의 대선 준비가 절실하다. 정당의 역할을 형해화한 캠프 중심의 선거로는 이런 불확실성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캠프 중심의 선거가 비선실세와 패거리 정치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특정 인물이 아니라 가치와 비전을 중심으로 한국 정당들이 거듭나야 한다. 가치와 비전을 같이 하는 정치인들이 한지붕 아래 모여서 구체적 실천 방안인 정책으로서 후보 선출 과정에서 경쟁해야 한다. 탄핵과 촛불 민심을 악용한 소모적 정치논쟁이 정책 대선을 집어삼킨다면, 그런 정치권 역시 결국 국민에게 ‘탄핵’당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주는 구체적·포괄적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자가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새 대통령과 국회가 이런 정책을 실천해야만, 비로소 촛불 시민혁명이 완성되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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