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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저서ㆍ안창호 직책 틀려… 이틀 만에 오류 300여건 발견

입력
2016.1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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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첫 금속도구 설명도 잘못

교학사 때 660여건 넘어설 듯

위안부 강조하고 징용 축소

일제강점기 서술 분량 줄며

수탈ㆍ저항으로만 채우다

생활사ㆍ문화사 사라져

박정희 분량 9쪽… 대폭 늘어

30일 서울 동대문구 역사문제연구소 강당에서 역사교육연대회의와 한국서양사학회, 고고학고대사협의회 주최로 열린 국정 역사교과서 긴급 분석 기자회견에서 총론 발표와 진행을 맡은 김태우(사진 맨 왼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30일 서울 동대문구 역사문제연구소 강당에서 역사교육연대회의와 한국서양사학회, 고고학고대사협의회 주최로 열린 국정 역사교과서 긴급 분석 기자회견에서 총론 발표와 진행을 맡은 김태우(사진 맨 왼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역사 국정교과서가 공개 이틀 만에 300건 이상의 오류가 발견되며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강조하는 등 ‘친일 교과서’를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듯 균형을 잡은 서술이 눈에 띄지만, 내용적으로는 우편향을 떨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교학사 교과서보다 오류 많을 수도”

전국역사교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등 7개 관련 단체가 꾸린 역사교육연대회의는 한국서양사학회, 고고학고대사협의회와 함께 30일 서울 동대문구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우선 안중근 의사의 미완성 논저를 자서전으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인류의 첫 금속도구도 틀리게 적는 등 국정교과서가 기초 사실조차 부정확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에 따르면 고교 ‘한국사’는 안중근 의사의 미완성 논저인 ‘동양평화론’을 자서전이라고 설명했고, 통합 임시정부 출범 때(1919년 9월) 노동국 총판이었던 도산 안창호의 직책을 내무총장으로 잘못 표기했다. 현대사 부분을 분석한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이틀 간 1차 분석 결과 오류가 300건을 훌쩍 넘었다”며 “정밀 분석하면 오류가 660여건이었던 교학사 검정교과서의 기록을 깰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사 부분도 초보적인 오류가 있었다. 김장석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고교 ‘한국사’에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금속도구는 청동기라고 설명돼 있지만 기원전 5,000년쯤부터 사용된 순동이 더 먼저”라고 말했다. 동아시아에서 서남아시아보다 농경이 늦게 시작됐다는 서술에 대해서도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남중국의 쌀 재배는 서남아시아 농경 발생보다 최소한 1,000년 이상 빠르다”며 “이 사실은 이제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강성호 순천대 사학과 교수(서양사학회장)는 “함무라비 통치보다 400여년 전에 우르남무법전이 발굴됐으므로 함무라비법전이 세계 최초 법전이라는 중학교 역사의 기술은 오류”라고 밝혔다. 기원전 477년에 결성된 델로스동맹이 기원전 500년 직전 결성된 펠로폰네소스동맹보다 앞선 것으로 서술된 것도 명백한 오류였다.

균형 잡으려 하면서 중요한 내용 빠져

국정 교과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중요하게 서술됐지만 징병이나 징용 등은 축소되거나 누락됐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정교과서의 일제강점기 부분 서술 분량이 검정교과서에 비해 크게 적어진 데다 수탈(통치사) 저항(독립운동사)으로만 채워지다 보니 생활사나 문화사는 사라지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승만 대통령을 잘 포장하려 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우리는 남방만이라도 임시정부 혹은 위원회 같은 것을 조직하여’라고 한 1946년 6월 이 대통령 발언 중 ‘우리는 남방만이라도’를 빼고 대신 ‘38선 이남에서도’라는 표현을 추가해 분단에 대한 책임을 희석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배 부소장은 또 “검정교과서가 무장 독립운동 위주라면서 정부가 외교적 독립운동을 병렬했는데 둘은 등치하기엔 비중 차이가 크다”며 “이승만 미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날 전국역사교사모임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국정교과서의 핵심 특징으로 꼽았다. 분석에 따르면, 고교 ‘한국사’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세계의 변화’ 단원에서 박정희 서술 분량이 9쪽에 달한다. 미래엔이 펴낸 기존 검정교과서의 6쪽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국정교과서 분량이 검정보다 20% 가량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박정희 기술이 대폭 늘어난 셈이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장면 정권도 경제개발을 추진했지만 박정희와는 달랐다는 서술로, 박정희가 아니면 한국의 경제성장이 불가능했다는 식의 논리를 펴려 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꼬집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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